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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론기
이재화 지음 / 글과생각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정부는 2013년 8월 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뒤 석달 만인 2013년 11월 5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했고,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선고했다. 이로써 통진당(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도 모두 의원직을 상실하고 말았다.
헌재의 해산 결정에 대하여 이정희는 아무런 자기반성도 고찰도 없이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 국가로 후퇴 시켰다”며, “진보당을 독재 정권에 빼앗기고 말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책의 제목은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으로, 부제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론기’로 되어 있다. 책의 표지를 보면 헌법 책이 시커먼 구둣발에 짓밟히는 모습을 그렸고, 그 밑에 “해산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구둣발은 마치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정부와 해산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지목하는 듯했다.
이 책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1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출감 후 해직기자들이 펴낸 ‘말’지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변론한 이재화 변호사가 위헌결정에 가담한 헌법재판관 8명의 과오를 역사에 고발한다.
저자는 재판과정에 있었던 재판관들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태도, 반공주의에 기초한 사상적 편향성, 편견에 기초한 저급한 발언, 양심 유지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사고, 편파적 재판진행 등 재판관들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헌법도 민주주의도 울었다”고 했고, 맺음말에서는 “역사가 재판관들을 심판할 것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1년 동안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변론하면서 가슴으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서글퍼서 울었고, 분노해서 울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은 최악의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증거재판이 아닌 사상검증’에서는 재판관들이 형사소송 절차가 아닌 민사소송 절차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재판관들은 왜 사상 초유의 재판을 하면서 허겁지겁 재판을 진행했는지, 재판을 얼마나 편파적으로 진행했는지 자세히 기술했다. 제2부 ‘헌법재판소 해산결정의 치명적 오류’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내란음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선고를 기다리지 않고 해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재판관들이 과연 올바른 민주주의관과 헌법관을 갖고 있었는지,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민중주권주의와 통일문제를 판단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국회의원 자격상실 결정에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등 해산 결정문의 치명적 오류를 분석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뉴스를 통해 들었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전 과정을 알게 되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은 통합진보당의 기본 원칙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 된다”며 북한을 지지하고 폭력에 의한 정부 전복을 지지하는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이끌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에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