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역사 - 현대판 노예노동을 끝내기 위한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 예지(Wisdom)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에 <뿌리>를 숨을 죽이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난해 보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노예 12>은 글도 알고 악기도 다룰 줄 아는 한 자유 흑인의 생존기이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몇 번이나 실눈을 뜨고 스크린을 봐야 했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 특히 주인공인 플랫이 나무에 목을 메단채 깨끔발을 뛰는 롱테이크와 그 뒤로 펼쳐지는 노예들의 무심한 일상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옛날에는 피부색이 다르다거나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노예제도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됨으로써 지배를 받고 명령을 따르는 구조로서, 노예들에게 자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노예제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투쟁은 계속되어 왔으며, 지금도 노예제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금도 세계 인구의 약 0.5%에 달하는 36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노예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만 93700명에 달한다는 국제인권단체 워크프리의 보고서, ‘현대판 노예노동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 등에 여론이 환기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에 쓴 것으로 우리 시대에도 엄존하는 노예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저자는 노예제도의 발원지였던 고대 수메르에서 출발해 5천년이 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예 거래가 이뤄졌던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 노예제도의 철폐가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 아동병사·아동매춘과 노동착취 공장 등 현대판 노예의 실상까지 두루 살핀다. 이를 통해 저자가 얻은 결론은 노예제도가 인류 사회의 필요악이거나 숙명인 것은 아니며, 특정한 조건에서 나타나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유지돼온 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권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노예가 동산의 개념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채무노동형태로 가사 노예를 두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노예제도의 역사를 세 시기로 구분했다. 첫 번째 시기인 고대와 중세는 단절되기보다는 연속성을 띠었던 시기였다. 두 번째 시기는 15세기에서 19세기 말까지로 대서양횡단 흑인노예무역이라는 대대적인 인간 무역이 주조를 이뤘던 시기. 세 번째 시기는 1865년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의 시기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 형태의 노예가 지금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미얀마에서는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시간제한도 없이 도로나 민간 건물 또는 군사시설의 공사장에서 일한다고 한다. ‘노동착취공장이 선진공업국에서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노예제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대단히 상이한 관행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1450년쯤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정에서 일했던 노예, 1750년쯤 미국 루이지애나의 목화농장에서 일했던 노예, 그리고 오늘날 동남아시아에서 매춘 조직에 팔리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멸시와 착취의 역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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