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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김진섭 지음 / 용감한책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청춘은 힘들다. 모든 게 쉽지 않다. 청춘은 인생의 절정이라고 하는데, 절정은 고사하고 싹이나 틔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력을 통해서 자기소개서는 다양해 질 수 있고, 면접관 앞에서는 당당해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젊은이들의 모습은 개성으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34살.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키워드는 생존이 되었다.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서있다. 막연한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을 소모하기도 힘든 나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나머지 인생을 담보로 한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 되었다.”(p.12)
L의 꿈은 작가다. 한때는 연봉 8천만 원까지 받았던 우수한 보험 영업사원이었다. 하지만 이젠 열정이 식은 30대 중반이 되었다. L은 답답한 마음에 스님을 찾아간다. 스님의 말 “자네 사주에는 직장 운도 사업 운도 없어!” L의 사주에는 직장 운도 사업 운도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연했던 꿈, 작가. L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실패. 실패. 실패. 노력은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작가는 주인공 L이 되어 꿈과 사랑과 삶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계속 던진다.
지난해 본 영화 <국제시장>의 몇 장면과 대사 몇 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노랫말에 있듯이 눈보라가 흩날리는 흥남부두에서 주인공인 어린 덕수는 메리디스 빅토리호를 타던 중 동생 막순이를 잃어 버렸고 이로 인해 아버지가 북한에 남게 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가장역할을 잘하라는 부탁을 그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삼고 자신의 미래를 모두 포기하고 독일 광부로, 베트남 기술자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간다. ‘나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으로 다행이라꼬’가 심금을 울려 주고 있다.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너희는 공부나 열심히 해!” 그들의 생각이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공부·지식 그딴 건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쓸모없는 오히려 무거운 삶의 짐이 된다. 우리는 목적 없이 쓸모없는 것만 배워왔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워야 함에도 물고기를 먹는 법만 배웠다’ 편하게 사는 방법. 나약한 우리 앞에 단단한 아버지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벽은 높기만 하다. 지금 우리 앞에는 누군가 넘겨주지 않으면 넘지 못할 벽이 만들어져버렸다. 부모가 만들어주는 사다리. 누군가의 도움으로 벽을 넘는다? 편하게 사는 법만 아는 나약한 인간은 벽을 넘어선 안된다. 그렇기에 이세상이 섞고 있다.(p.25~26)
“사랑하고 싶다면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p.210) “사랑은 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조건 없는 사랑도 가능하다. 하지만 난 자신이 없다. 내가 원하는 상대방이 조건을 원한다면, 그 사람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p.211)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해외 출판을 상상한다고 했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책으로 세계를 정복할 꿈을 꾼단다. 상상을 계속하면 그걸 현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 / 김진섭 저 / 용감한책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