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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시트 불황으로 본 세계 경제
리처드 쿠 지음, 정성우.이창민 옮김 / 어문학사 / 2014년 10월
평점 :
봄 이사철을 맞아 세입자들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초유의 전세난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의사도 없고, 전세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자고나면 뛰는 전세 값에 세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4년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값 상승폭은 매매 값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 이는 주택을 투자 가치로 생각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07년 EU와 미국 발 주택 버블이 동시에 붕괴되므로 큰 시련이 시작되었다. 버블 붕괴 이후 7년이 다 되어가지만 각국의 경제정책은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과는 다른 신종 불황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 불황에 대한 명칭도 확정된 게 없다.
이 책은 현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시니어 어드바이저와 미국 Institute for New Economy Thinking의 자문회 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인 리처드 쿠가 ‘일본화’를 걱정하는 세계에 영감을 주는 책으로 세계 어느 경제학 강의실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개념과 진단, 처방이 들어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매우 간명하면서도 깊은 교훈을 준다. 현재 세계 경제가 겪고 있는 불황은 종래의 경기순환에 따른 불황과는 다르며 대규모 버블의 발생과 붕괴 과정에서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발생한 자산불황, 즉 밸런스시트 불황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03년에 “주택 버블에 기댄 미국 경제가 심각한 밸런스시트 불황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리먼 쇼크 반년 전에는 일본의 누카가 재무장관이 미국의 폴슨 재무장관에게 ‘미국은 금융기관에 대해 신속한 자본 주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직언했지만 모두 무시됐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미국이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더라면 주택 버블 붕괴에서 시작된 밸런스시트 불황도, 리먼 쇼크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도 상당히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밸런스시트 불황(대차대조표 불황)’은 부채가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부채 상환에 집중하다가 발생하는 경기침체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은 빚이 증가하면 이를 갚기 위해 노력한다.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서 불황이 발생하게 된다. 서구에서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강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자는 “유로 통화의 안정을 위해선 ‘국채는 자국민만 구입 가능하다’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국채와 외국채에 상이한 ‘리스크 가중치’를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국의 재정 지출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조속한 수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지고 있는 때에 이 책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계해 나갈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밸런스시트 불황으로 본 세계경제/리처드 쿠(Richard C. Koo) 저/정성우, 이창민 역
/어문학사/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