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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된 이후 세간에 화제로 떠올랐다. 퇴임한 지 2년 만에 벌써 회고록을 냈다는 것과 대통령 회고록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한 쪽에서는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북한 인권을 포함한 원칙적인 대북관계, 한미관계 복원, 경제에 힘쓴 공을 높이 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하면,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의 성과에 대해 부풀리고 겸손과 배려, 반성 없는 자화자찬식의 회고록이라고 혹평을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이승만·박정희·최규하·전두환 대통령은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고, 회고록 낸 대통령은 윤보선·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까지 퇴임한 대통령까지 모두 여섯 분이 회고록을 썼다.
대통령의 회고록은 어떤 개인이 쓰는 자서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솔직하게 기록돼야 한다. 또한 그 자체가 역사의 기록물이어야 하고 다음 세대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 전쟁은 북한의 김일성,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세 나라 지도자의 합작품”이라고 회고록에서 고백한 것처럼 정직하게 기록돼야만 사초로써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바닷가 출신의 가난한 고등학생이었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 안팎을 뛰어 다니며 열심히 일한 이야기를 담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생각과 토론을 거쳐 정책을 결정했는지, 왜 한.미 관계를 복원해야 했으며, 어떻게 G20 정상회의에 동참하게 됐고 서울 회의를 유치할 수 있었는지, 대북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철학과 대처방안은 물론 중국을 어떻게 설득했는가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내용 가운데 관심이 간 것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다룬 부분이었다.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국인은 대부분 MM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퍼센트”라는 등 수많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방송에 담았다. 심지어는 오역을 해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부풀리기도 했다. 그 프로그램만 본다면 3억 미국인들과 우리 국민들은 식품이 아니라 독극물에 가까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셈이었다. <PD수첩>이 방영되자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 광우병 괴담이 퍼져나갔다. 이렇게 괴담이 퍼져나가게 된 이유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경영진과 노조가 좌지우지 하고 있던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환경을 언급하고 고충을 털어놓은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역대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회고록과 비교하면, 대외 정책에 대해 할애한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책임전가는 안했으면 하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은 노무현 탓이고, 남북 관계는 북한 탓이라고 하는 식이다.
이 책은 800페이지나 되는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가 되고 흥미로워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정치인은 물론 정치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