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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 - 사고의 틀을 바꾸는 유쾌한 지적 훈련 ㅣ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2월
평점 :
한국 사회에는 ‘비상식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 미디어가 발달해서 ‘몰라도 되는 비상식적인 사람’까지 알게 돼서인지 몰라도 요즘은 참 비상식적인 사람 천지인 것 같다. 침몰해가는 세월호에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자신만 탈출해서 3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은 세월호 선장, 부하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혹행위를 저질러 후임병 윤모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모 병장 등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에도 사회적 여론이 들끓는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살인인데도 살인죄가 선고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은 사법부의 무능함을 비웃는다. 누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래서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명확한 사건에서도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다면, 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자체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20년 넘게 일해 온 저자 최원석이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얻은 지적 파편들을 모아 80여 가지의 ‘뜻밖의 역사’와 ‘상식의 오류’들을 담아 상식으로 인문학에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의심하고 그것을 자기 삶에 체화하는 과정이 곧 인문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결국 상식의 진리를 통찰한다는 것은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야 축적될 수 있는 소양이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반전의 상식들은 세상을 알아가는 작은 파편들이지만 그 엄선된 조각들을 모으면 세계관을 폭발적으로 넓히고 인문학에 쉽게 다가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상식이란 무엇인가? 흔히들 누구나 아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몰상식하다며 손가락질 한다. 그렇다면 상식은 누구나 아는 것을 칭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누구나 아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구나의 기준은 무엇일까? 상식이란 용어를 쓰는 사람에게 이를 선뜻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상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삶을 영위한다. 즉 상식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배경이 되는 것이다. 가톨릭에는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특별한 직책이 있다. 가톨릭에서 악마의 대변인은 어떤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의 행적ㆍ품성에 회의적인 의견이나 근거를 제시해 성인 추대를 방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성인으로 추대할 인물이 행한 기적이 사기였다거나 우연 혹은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걸 설파하는 식이다.
무저항주의로 인도 독립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한 간디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아버지로 오늘날에도 추앙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이들은 모두 위인이라는 것 말고 ‘색마’라는 글을 읽고 나는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간디는 36세 때 금욕을 위해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10여명의 여성들과 함께 생활했다. 잠잘 때는 이들과 나체로 한 침대에서 잤다고 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로 유명한 킹목사는 살해되기 전날 밤에 흑인 백인 창녀들을 불러 모텔에서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저자는 위인의 여러 얼굴을 통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지 않고 그 위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음을 알았으면 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