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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분노의 윤리학’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의 내용은 도청, 살인, 사채, 간음, 결벽을 키워드로 펼쳐지는 악인들의 승부로 4명의 악인 중 누가 제일 악인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노라는 단어가 영화의 제목이 될 만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일상생활 속 분노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우발적 범죄, 묻지마 범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도로위의 무차별적인 위협행위로 인한 사고는 전체 사망사고의 70.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일상화된 분노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타인에 의해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치안이 최고라고 손꼽히는 대한민국 안에서 갑질, 무차별 폭행, 아동 폭행, 무차별 살인 등 각종 범죄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2012년 기준, 5대 범죄 가운데 살인, 강간, 폭력, 절도의 범행동기를 보면 ‘우발적’범죄가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OECD 주요국가 범죄율은 하락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범죄율과 소득불평등간정의 상관성을 보이고 있어 분노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젊은 인문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지우의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로서 ‘분노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분노사회로서 한국사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의 기술’을 제시한다.
분노 사회는 현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조직문화의 폐해와 잘못된 교육과 그로인해 많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분노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분노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분노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한편, 잘못된 분노의 형식으로 표출되었을 때 그 사회는 상당한 문제에 직면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고, 분노 사회를 넘어 증오 사회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부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잘못된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무의미한 대학진학을 선택하고 잘못된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당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지 못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사람들의 분노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써 사람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사회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이들 끼리 편과 계층을 가르고, 주입식 교육에 복종하고, 서로 경쟁하는 방법만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분노가 관념에서 촉발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문제적인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는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의 유산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병폐, 분노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개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이 분노로 가득한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성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