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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 21세기 최고의 문화심리학자가 밝히는 갈등과 공존의 해법
헤이즐 로즈 마커스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막스 베버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은 적이 있다. 베버에 따르면 흔히 종교개혁은 ‘종교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연상하기 쉬우나 실은 그렇지 않았다. 제네바,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 그 당시 도시의 광범한 계층 역시 엄격한 금욕을 주창한 장 칼뱅의 종교개혁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느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상승하던 부르주아적 중산계급은 전대미문의 그런 ‘청교도적 전제’를 받아들였다. 종교개혁을 받아들인 지역이 바로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이 됐고 이런 연유로 16세기 이후 종교개혁의 진원지 도시일수록 자본주의가 발달했다. 유럽의 부유한 도시들은 16세기에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했으며 그 결과 프로테스탄트는 오늘날에도 경제적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상태에 있게 됐다.
자본주의가 프로테스탄티즘과 어떻게 연관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가톨릭교도는 교회에 가고, 프로테스탄트 교도는 노동하러 간다. 가톨릭은 일요일을, 프로테스탄트는 평일을 성스럽게 여긴다. 가톨릭 수도사는 수도원으로 가서 금욕을 행하지만(욕망의 제거), 프로테스탄트는 일에 중독되어 경력을 쌓고 절약을 실천한다. 가톨릭교회의 성자들은 천국에 살며 지상에 사는 인간들을 위해 신에게 좋은 말을 전하지만, 프로테스탄트의 성자들은 현세에 살며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세계적 기업을 구축한다. 가톨릭교도는 죄를 지었으면 고해성사를 하지만 프로테스탄트 교도는 엄청난 채무를 지고도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화심리학자이며, 스탠퍼드대 교수 헤이즐 로즈 마커스와 앨래나 코너 두 공동저자가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충돌을 분석한다.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후진국,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백인과 유색인, 우파 그리스도교와 좌파 그리스도교 등 8가지 문화적 충돌이 대상이다. 저자들이 본 갈등의 원인은 단순하다. 사람이란 두 가지 유형의 자아가 있으며 서로 다른 두 자아가 부딪칠 때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문화가 어떻게 다른 유형, 다시 말해 다양한 자아를 형성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자아는 또 어떻게 다시 다양한 문화를 창조하는지를 다룬다. 저자들은 문화와 자아가 서로를 창조하는 과정을 ‘문화사이클’이라고 칭하고 “문화사이클을 활용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의 자아를 취할 수만 있다면 저마다의 위치에서 많은 충돌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마다의 다양한 경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메인라인’이라 불리는 미국의 좌파 그리스도교(감리교·루터교·장로교·침례교·성공회)는 개인주의가 모토다. 거듭남의 체험을 중시하며 축자영감설(성서는 하느님의 영감을 기록했다는 설)을 지지하는 미국 보수파 그리스도교인들(남침례교, 하나님의 성회, 오순절 교회 소속)은 공동체 생활을 중시한다. 이 차이가 정치적 차이까지 낳는다. 메인라인 교인들은 민주당, 보수파 교인들은 공화당을 지지한다. 낙태·동성애·기후변화에 대한 생각도 극명하게 양분된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교회 지도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성경을 읽어 이해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인 세계관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역사의 승리자가 되기도 하고 패배자가 되기도 한다. 시대의 낙오자나 패배자가 아니라 시대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반드시 정독하여 학습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합니다. 서구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저자들의 통찰이 한국사회와 종교계의 복잡한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