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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 얼어붙은 섬에 뿌리내린 한인의 역사와 삶의 기록
최상구 지음 / 미디어일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일제 식민지 시절 많은 조선인들이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돼 탄광노동자로 일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사할린 조선인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젊은이들은 드물다. 이들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사할린 강제 징용 조선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졌다지만 아직도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징용됐는지, 이들이 탄광에서 어떻게 일하고 먹고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했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고, 기억할 것도 없는 게 우리의 처지였다.
이 책은 시민단체인 지구촌동포연대(KIN)에서 자원 활동하는 최상구 씨가 사할린 한인 문제를 처음 알게 된 뒤, 시민의 눈으로 사할린의 역사 발굴에 뛰어 들어 사할린과 일본을 스스로 오가며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사할린 한인들의 삶과 역사, 또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흘린 눈물과 처절한 외침을 기록했다.
사할린에 끌려간 조선인들은 탄광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고통을 받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힘겨움을 버텼다. 하지만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이 됐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은 전쟁에 패한 뒤 소련과의 협정을 통해 산 사람은 물론 유골까지 본국으로 이송했지만 조선인들은 끝내 외면당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애초에 한인 징용을 추진했던 일본은 물론이고, 승전국으로서 전후 처리에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 소련과 고국 대한민국마저 한인들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사할린, 세 번의 방문’에서는 강제징용에서 시작된 사할린 한인들의 고통의 역사와 국경 열려 돌아갈 날만 기다렸는데 징용피해자 껴안지 못하는 편협한 정책과 이중징용의 쓰라린 역사를 살핀다.
2부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찾아서’에서는 사할린 한인 학살사건의 진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산가족 잔혹사와 사할린동포특별법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알려준다.
3부 ‘그들, 목소리’에서는 화태귀환 재일한국인회 회장 이희팔, 영주귀국자 한문형, 김임순 부부, ‘이중징용’ 피해자 유가족 안명복, 사할린 한인 국적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김명자씨의 생생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처음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사람의 고통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극의 현장으로 얼룩져 있어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동포들의 고통이 느껴져 오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사할린 한인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어떻게 하면 고령이 된 사할린 조선인들에게 절망의 역사 대신 희망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