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결권 -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많은 직장인이 스스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낮은 노동생산성 극복이 우선이라고 버티고 있고 근로자들은 당연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주당 근로시간이 두번째로 긴 나라로 조사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우리나라 근로자의 42%시간빈곤에 시달린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이 책은 발로 뛰는 저널리스트이자 통찰력 있는 작가, 글로벌 지식 강연인 테드(TED)의 인기 연사로 꼽히는 칼 오너리가 내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시간자결권없는 삶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그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생생하게 고발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서 음식, 섹스, 의료, 교육, 도시계획, 여가활동, 종교, 예술 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 세계 속도숭배 반란자들이 거두고 있는 쾌거를 소개한다.

 

이 책의 부제인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로 되어있는 시간자결권은 내가 내 시간을 결정할 권리에 대해 다룬다. 자의든 타의든 시간자결권을 반납한 채 사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사회의 빠른 삶에 익숙해지는 속도중독은 결국 비효율적이며 불행한 삶을 가져온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는 시간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여유 있고 창의적이며 생산성이 높은 동시에 행복감도 높다고 강조한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 시간 자결권을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 일하는 시간보다 업무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고, ‘시간 빈곤자인 워킹맘들을 위해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체 혁신을 통해 생산성 등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없다면 시간 자결권도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

 

1971년에 펴낸 미래 충격이라는 책에서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 생기는 정신의 분열과 방향성 상실을 예고했다. 지나친 속도경쟁에 대한 경고였다. 그가 말하는 정신적 혼란은 변화의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 때문에 생긴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이탈할 거라는 걸 예상한 것이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면 속도 중독변화 강박증에 빠져들고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급하지 않은데도 발걸음이 나도 몰래 빨라지고 중요한 차이가 아님에도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기다림은 짜증으로 여겨지며 비어 있는 시간은 의미 없게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일과 삶에서 시간자결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각 분야에서 내놓은 해답을 보여준다. 슬로푸드, 슬로씽킹, 슬로시티, 슬로스쿨 등 나에게 알맞은 속도로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음식, 섹스, 의료, 도시계획, 예술 등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접목할 수 있는 느리게 살기의 사례와 효과를 보여준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놀 때조차 시간부족으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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