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작 걸지 마
수작가 글.사진, 임선영 그림 / 별글 / 2014년 12월
평점 :
[수작걸지마]라는 책을 받을 때 큰 기대를 했었다. 그 이유는 책의 제목을 보고 느낀 것은 나쁜 의미에서 ‘수작 거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모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책아 너무 작았다. 이 책의 뒤 표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폰’으로 찍고 ‘마우스’로 그린 당신도 할 수 있는 그런 수작 이것은 누구나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책은 내성적인 사람으로 사랑 앞에만 서면 항상 작아져서 고백은커녕 쉽게 말 한마디 걸기 어려웠던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남자 ‘수작가’가 그간 자신의 SNS를 통해 재미와 공감, 감동을 선사한 글과 사진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폰으로 직접 찍고 기록하며, 마음에 드는 사진과 글을 골라 SNS에 올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일상을 끼적여 올리는 이 평범한 습관이 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평범하게 찍은 사진과 글이,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되고, 꿈이 되고, 행복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도, 문장에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사진의 테크닉이 없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그 기적은 쭉쭉 이어져, 이제 그의 작품이 담긴 책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에서 “마음의 바리스타가 내려 준 따뜻한 커피물에 몸 담그기 코 끝에 향이 번지고 발 끝에 온기가 감돈다. 달콤 시럽 몇 방울 뿌려 주면, 아, 이런 게 행복이지!”(p.92)라고 말했다.
“술을 담으면 술통, 물을 담으면 물통 마음 주전자엔 무얼 담으면 좋을까”라는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어렸을 때 경상도 깊은 산골 동네에서 자랐다. 들에서 일을 하던 어머니가 주전자를 주면서 술도가(술을 만드는 집)에 가서 막걸리를 사 오라는 것이다. 먹을게 귀한 산골에서 막걸리를 사오다가 목이 말라 막걸리를 꿀꺽 꿀꺽 마시고 그만 잠이 들었었던 기억이 새롭다.
나도 매일의 생활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한 번씩 멈추어 찍게 되는 핸드폰 사진을 나만의 이야기로 꾸며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그저 발 가는 데로 몸 가는 데로 폰으로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