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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배신 -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경쟁’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다. 유치원생과 초, 중, 고등학생까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열한 경쟁을 한다. 기록과 점수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 경기도 말할 것이 없다. 국가와의 경쟁, 기업과의 경쟁, 집단과의 경쟁, 이웃과의 경쟁, 개인과의 경쟁, 이와 같이 대상이 정해진 경쟁도 있으며 뚜렷한 경쟁상대도 없는 경쟁도 많이 있다. 학계와 기업, 예술계 종사자들도 남보다 앞서야 살아남는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 가운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가수, 댄서, 패션모델, 패션디자이너는 물론 순수미술을 하는 예술가까지 ‘최후의 1인’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한다. 노력의 결과에 따라 경쟁의 승자에게만 보상이 돌아간다.
이 책을 쓴 마거린 헤퍼넌은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자랐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영국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20세기 여성사, 프랑스 혁명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또한 BBC 프로듀서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로 현재 미국 시몬스대학 초빙교수와 런던도서관 이사, 영국 왕립연극학교의원을 역임하고 전작 ‘의도적 눈감기’는 파이낸셜타임스와 골드만삭스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비즈니스 서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과학, 언론, 기업을 비롯하여 교육, 결혼, 스포츠, 종교, 영화, 음악, 건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속해 있고 영향을 받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어떤 모습을 양산하는지 광범위한 사례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인간의 경쟁적 본성이 시작되는 영국의 한 가정에서부터 거대한 현대식 전쟁터가 되어버린 뉴욕의 월스트리트까지 저자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그들이 왜 이토록 경쟁에 내몰린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날카롭게 통찰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성취도를 높여줄 것이라 믿었던 시험, 등수 매기기, 우열반 편성 등이 어떻게 창조성과 의욕을 빼앗아 가는지 실험과 연구결과, 인터뷰를 통해 입증하려고 했다. 또 스포츠 정신이 사라지고 잔인한 경쟁만 남은 선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 설명한다. 조기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문제점, 메이저리그에 들지 못한 선수들의 박탈감 등을 상세히 그려낸다.
이 책에서 저자는 12장에 걸쳐 경쟁이 창조, 개성, 성장, 창의, 혁신, 발전 등 세계의 공동목표를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과잉경쟁으로 인하여 우리들이 치르고 있는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따져본다. 그리고 경쟁의 역효과도 많이 일어난다고 하면서 “차라리 경쟁에서 패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경쟁보다 오히려 협력과 상호의존을 통해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친구와 연인들은 서로에게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발견할 수 있고, 이것이 사회적 유대를 풍부하게 하고 이어주고 또 새로이 만들어 준다. 게임과 스포츠를 재미로 즐기면 공정성과 도덕성, 지구력, 자제력, 공동체 의식을 가르쳐줄 수 있다. 이것들이야말로 누구에게나 평생 열려 있는 더 큰 보상이다.” 경쟁심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경쟁심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