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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집’이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같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 언제나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2009년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의 모티브가 된 실화를 담았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건설현장감독관 배리 마틴과 철거대상 주택의 주인인 이디스 메이스필드 할머니 사이의 동화와 같은 아름다운 우정을 배리 마틴의 추억으로 엮은 회고록이다. 2006년 봄, 재개발 지역의 쇼핑몰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현장 트레일러와 10여 미터 떨어진 집에 사는 이디스를 ‘운명적으로’ 만난 배리. 그는 3년 후 이디스가 자신의 집 소파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녀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내는 한 편의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다.
배리는 이디스와 만나며 전설적인 백인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배니 굿맨의 사촌이며, 클라크 케이블, 그레타 가르보와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한다. 때로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기도 하지만 만남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고집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서로 깊이 교감하게 된다. 심지어 이디스를 금치산자로 몰아 집의 철거를 관철하려는 이들에 맞서기도 한다.
이디스는 결국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집 소파에서 삶과 작별을 고한다. 집과 모든 물건은 배리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배리는 그로부터 1년 뒤 집을 그 상태로 유지한 채 지면에서 6m 들어올리고 그 아래 공간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진 이에게 집을 팔았다.
미국 시애틀 외곽의 낙후된 지역 밸러드. 한 무리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밸러드를 개발하기로 하고 그곳에 대형 쇼핑몰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쇼핑몰 부지에 있던 집들을 사들여 건물들을 허물고 터를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다. 이디스 메이스필드라는 80대 노부인은 개발업자들이 시세의 10배가 넘는 집값을 제시해도 요지부동으로 집을 팔지 않았다., 성질 고약하기로 소문난 할머니가 절대 이사 가지 않겠다며 버틴 것이다. 건설 업자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구르는 가운데, 현장감독인 배리 마틴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디스를 대했다. 결국 쇼핑몰은 그 집의 정면 출입구 쪽을 제외한 3면을 둘러싸는 모양으로 설계되었다.건설 업자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구르는 가운데, 현장감독인 배리 마틴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디스를 대했다. 그녀가 집에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디스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미용실에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물은 걸 시작으로 하여 두 사람 사이의 뜻밖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기억들이, 시간이 흘러 희미해진 뒤에도 우리를 정의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되는 것은 각박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기를 쓰며 살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톱니바퀴에서 행여 튕겨나갈까 맘 졸이며 괴롭게 살아왔으나 이제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