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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학교에서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거나 사회에서 고객과 거래처의 얼굴을 기억해야 하는 등 우리는 일상에서 늘 기억해야할 순간을 만나게 된다. 보통 기억력은 머리의 좋고 나쁨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외로 기억의 달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반복하여 연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람의 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눠진다. 이전에 외웠던 것이 나중에 외운 것을 지우기도 하고 나중에 외운 것이 먼저 외운 것을 지우기도 한다.
‘휴대폰을 어디에 뒀지?’ ‘분명 전에 만난 사람인데 누구더라….’ ‘앗차, 어머니 생일을 잊어버렸네!’ ‘내일이 시험인데 언제 다 외우지?’ 누구나 일상에서 중요한 일을 깜박해서 속상해 한 경험이나 욀 자료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쩔쩔맨 경험이 있다. 무언가 잊어버린 일로 당황할 때마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이 책은 뇌와 신경쇠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세계적 신경과학자이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컬럼비아 대학교 의대 부속 신경생물학 및 행동 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고 있으며,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낸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의 자서전이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과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던 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빠져 뉴욕대 의대에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사람 정신과 기억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과학자로 돌아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억’을 화두로 삼아 평생 그 풀이에 매진해 온 그의 지론은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과 뿌리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938년 11월 아홉 살 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리던 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나치 경찰관들은 당장 짐을 꾸려 떠나라고 명령했다. 열흘 뒤 돌아온 집은 엉망진창, 값진 물건은 다 없어졌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낸 마지막 해에 겪은 충격과 공포는 불도장처럼 소년의 뇌에 새겨졌다.
어릴 적 나치에게 당했던 공포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그가 뇌과학자로 기억을 평생 화두로 삼았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기쁜 순간들을 회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뇌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험의 결과로 새 시냅스 연결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진화 과정 내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p.308)고 말했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긴 자서전이다.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통해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뇌 과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