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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ㅣ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8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윤희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면서 흔한 말로 머리에 쥐가 나는 경우는 누구나 수시로 경험한다. 작게는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부터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적 등의 제반 문제로 인해 의욕이 꺾이면서 정신적으로 혈압이 오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분노는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망치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예전에는 화를 참아서 걸리는 화병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가 큰 문제로 떠올랐다. ‘묻지마 살인’과 ‘숭례문 방화사건’이 대표적이다. 분노는 질투와 의심이 근본 원인이다. 자산·영역·관계 등이 침범 당할 때 생긴다.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시한폭탄이 되고 만다.
이 책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에우스 세네카가 2000년 전에 쓴 ‘화’에 대한 최초의 철학서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화를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도 충분히 공감할 만큼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적 사색이 가득하다. ‘마음의 평정심’을 강조하는 이 책은 16∼18세기 몽테뉴, 흄, 루소뿐만 아니라 19세기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알려진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동생은 ‘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화를 내는가?’ ‘화는 우리 인생에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화는 애초부터 싹을 자를 수 없는가?’ 등을 다룬다. 또 동생의 부탁이었던 만큼, 화를 어떻게 억제하고 다스릴지 등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스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놓고 오디세우스와 벌인 사소한 결투에서 패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광란 끝에 자살하고 만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만 것이다. 신화 속 비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화는 우리 일상을 갉아 먹는, 버려야 할 습관이다. 사소한 것에 화를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화는 왜 인간에게 불필요한가?’에서는 화라는 감정은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지 않으며 화가 난 이상 제어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격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2장 ‘화라는 감정의 실체를 알자’에서는 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으로 이성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잔혹하게 만드는 것으로 세네카는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화의 진짜 얼굴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3장 ‘화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에서는 아무리 제멋대로인 화라도 충분히 길들일 수 있으며,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성찰하는 법을 먼저 길러야 하며, 누군가 내게 화를 낸다면 오히려 친절함으로 대하라고 조언한다. 4장 ‘화를 억제하고 다스리는 법’에서는 화를 자극할 만한 사람들과 아예 멀리 떨어져 어울리지 말 것을 당부하며, 역지사지로 나를 화나게 만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지금도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현명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누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화를 다스릴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