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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5 : 심연의 리플리 ㅣ 리플리 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성취욕구가 강하지만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이 책은 1955년 미국의 여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있는 리플리’를 시작으로, 1991년 ‘심연의 리플리’까지 36년에 걸쳐 다섯 권으로 완성된 리플리 시리즈이다. ‘재능 있는 리플리씨’는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리플리 증후군은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대상이 되었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면서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리플리 증후군은 개인의 사회적 성취욕은 크지만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돼 있는 경우 자주 발생한다.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꿈꾸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으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신정아씨는 자신의 학력을 정말 그럴듯하게 위조한 후 그 학력을 진짜처럼 이용하면서 미술계, 대학가, 불교계 인사 및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인맥을 넓혔으며 젊은 나이에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으로까지 선정되었다. 하지만 학력위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후 유명 방송인, 영어강사 등 다수의 학력위조 사건이 차례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능력보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한국 사회의 병폐에서 기인한 한국형 리플리 증후군이 화제가 되었다.
이 리플리 증후군은 게임과 같은 사이버 세상의 도구에 중독된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다시금 건강한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내 모습은 외모도 별로이고 공부도 잘하지 못하지만 게임 세상에서의 나는 싸움을 매우 잘하거나 외모도 멋지고 능력도 많은 존재로 변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실제 세계에서의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금 사이버 공간의 가상존재에 집착을 하게 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중요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이러한 리플리 증후군까지 발전하게 되면 스스로 그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잘 교육하고 여러 방법을 통하여 잘 관찰하여 이렇게 위험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잘 양육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매우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1~4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5권을 읽으니 사건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1권부터 차례로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