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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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관광지를 다니면서 지역 주민들도 만나보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다. 또한 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면서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를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여행은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 재래시장의 활기찬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여행을 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자유롭게 사진으로 남겨 추억으로 간직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 국내는 물론 동남아, 유럽, 미국, 캐나다, 남아공 등 많은 나라를 여행을 했다.

 

이 책은 타이베이 실천대학 건축설계학과 전임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만의 건축가인 저자 리칭즈가 여행을 속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생에 비유한 책이다. 걷기, 전차, 기차, 고속열차, 여객선 여행 등의 특징을 살피고, 건축학자답게 여행지에서 만난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동 수단별 여행을 인생에 비유한 부분이다.

 

저자는 다양한 속도로 여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사고한다. 시속 350km의 고속열차여행을 하며 짧은 시간 안에 꿈에 닿기 위해 내달리는 청춘의 질주본능을 떠올리고, 시속 100km의 기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시속 80km의 속도로 홀로 도로 위를 운전하며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인생을 생각하며, 시속 20km로 바다를 가르는 여객선 위에서 내면과 마주할 시간을 주는 항해여행을 예찬하고, 묘지를 산책하며 생명의 유한함 앞에서 남은 인생을 더 보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속열차는 청춘의 뜨거운 피다. 짧은 시간 안에 꿈에 닿기 위해 전력으로 내달리는 질주본능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청춘을 붙잡고 싶은 중년의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중년이 되어서야 얼마나 많은 꿈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중년의 여행은 청춘의 그것처럼 느긋할 수 없다.”(p.34)고 했다.

 

저자는 인간의 생활 리듬에 가장 적절한 속도는 노면전차라고 말한다. 전차의 속도는 심장박동과 비슷하거나 조금 느리다. 그래서 고층빌딩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빠르게 달음질치던 심장이 비로소 노면전차의 속도에 맞춰 안정을 찾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야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 힘차게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가장 느린 여행은 묘지 산책이다. 저자는 우리는 누구나 잠시 이 땅에 의탁해 기거하다 떠나는 여행자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모두 끝났을 때 내가 세상에서 사용했던 육신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저세상으로 떠나고 싶다.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여행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p.334)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진을 따라 안도 다다오와 프랭크 게리, 에릭 오언 모스, 르 코르뷔지에 등 거장들의 사연들을 살피다 보면, 이 책을 들고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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