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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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예술이다. 음악은 예술의 일종으로 이성과 논리의 지배를 벗어난 영역으로 감정의 예술로 이해되어왔다. 음악의 창작은 인간의 끝없는 상상력과 열정, 충동 그리고 영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어왔다.

 

음악사적 흐름에서 우리의 내적 감정 표현이 자유로웠던 시기는 특히 19세기 낭만시대이다. 이 시기처럼 작곡가, 연주자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이 시기는 음악가들의 위상도 한층 드높여졌으며 그들만의 독자적 개성을 드러내는 기회가 주어졌다.

 

19세기에는 중산층의 음악이 대규모로 부상되어 음악의 거대한 청중들은 가정에서 연주회를 위한 노래와 실내악들이 많이 생겨났다. 실내악 가곡 연주회,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가 주를 이루었다. 작곡가의 대부분이 중산층이었다. 악기의 개량으로 기악곡들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기악 장르가 탄생되었다.

 

이 책은 1944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문화성에서 음악, 무용 부서의 책임자로 일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평론가, 음악이론 전문가, 정신분석학자로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셸 슈나이더가 클래식 음악가인 슈만의 내면을 더불어 그의 음악까지 살펴본다.

 

작가는 슈만의 음악을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말로 되돌린다. 이 책은 슈만의 전기 형식을 띠기는 하지만, 그의 음악이나 삶을 요약하지는 않는다. 횔덜린의 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구절을 일곱 장의 제목으로 차용한 뒤 슈만 음악의 정수를 분석한다.

 

이 책은 슈만이 사육제 첫 날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슈만은 통행세로 낼 동전이 없자 비단 손수건을 내밀었고 다리 중간에 이르러 느닷없이 난간을 넘었다. 아내 클라라는 슈만의 정신이 이미 언어 너머에 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저자는 슈만이 고뇌가 아닌 고통으로 괴로워했다고 본다. 고뇌는 정신적인 것, 고통은 육체적인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고뇌했지만 슈만은 제어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저자는 슈만의 음악에서 고통의 징후를 느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 징후는 낮도 밤도 아닌 황혼의 시간에서만 더듬어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슈만과 그의 음악. 그의 삶과 음악이 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를 울리는지 들려준다. 슈만을 연주할 때 우리는 쇼팽이나 브람스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마치 그런 고통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봐, 그로부터 나올 수 없을까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음악은 상처 입은 살갗, 일상의 균열, 완만한 고통의 점령, 돌연 민낯을 드러낸 삶이나 다름없다.

 

이 책에는 독자들이 더욱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이 선택한 최초의 한국 사진작가 안웅철의 사진을 수록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날아가는 새들, 겨울의 숲, 바다의 물결 등을 담은 사진은 평생 슈만을 지배했던 광기 그리고 고통과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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