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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서양사상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ㅣ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고전이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텍스트가 고전으로 선정될 만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너라면 이런 배를 타겠느냐?” “너라면 이런 나라에 살겠느냐?” “너라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오래된 질문들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대면하게 하는 책이 지금 우리에게 고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아직 다 하지 않고, 자기 발언의 의미를 자기 시대에 다 소진시키지 않고, 어둠 속의 섬광처럼 한순간 우리를 전율하게 하는 책이 지금 우리에게 고전이다. 우리를 향해 얼음을 깨는 도끼처럼 불편하고 불안한 질문 던지기를 멈추지 않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들에 정답을 주고자 하지 않고 다만 길을 안내하고, 생각을 자극하고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게 하는 책이 지금 우리에게 고전이다.
고전은 통상적인 고전 반열에 오르는 책들이어서 고전인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 한국인의 삶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라는 관점에서 선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전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를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안내서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동서양의 역사에서 그러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이 책은 서양의학의 고전인 ‘히포크라테스 전집’과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담긴 건강사상에 대한 비교연구로 서울대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고, 평소 고전읽기에 관심이 많아 동서양의 수많은 고전을 탐독해왔으며, 1995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로 초빙되어 학생들에게 고전, 신화, 예술, 건강, 의료윤리 등을 강의하고 있는 반덕진 박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역사와 심리, 철학, 정치경제에 이르는 서양 최고의 사상서 60편을 수록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지성사와 학문 예술사에서 고전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고전은 때로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기도 했고 학문과 예술의 부흥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양 역사에서 가장 신명나는 르네상스 운동은 그리스·로마의 고전으로 돌아가자는 인문주의 운동이었다. 거시적으로는 역사와 문명을 주도해왔지만, 고전의 역할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고전은 짜릿한 지적, 감성적 체험의 순간을 선사한다.
고전은 여전히 두꺼워 읽기에 부담스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베스트셀러 1000권보다 고전 한 권이 더 낫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고전은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대가(大家)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과 삶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대가적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고전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텍스트의 권위에 눌리면 안 된다. 고전을 읽을 때 반드시 그 당시의 상황과 배경, 그리고 맥락을 짚어봐야 하고, 그것을 현대의 삶에 조명해봐야 한다.
이제 고전으로 돌아가 선인들의 삶에서 배운다. 고전으로 살찌운 세계관과 가치관의 바탕 위에서, 말하지 않아도 품격이 드러나고 향기를 발하는 삶을 살고 싶다. 가을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세상살이에 파묻혀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는 자아를 회복하고, 진지하게 삶의 근본에 대해 고민해보는 가을이 되면 좋겠다. 그동안 가까이 했던 TV와 인터넷, 스마트폰과 결별하고 아름다운 가을에 고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