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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뉴욕 - 뉴욕 시 다섯 자치구에 띄우는 그림 편지
줄리아 로스먼 지음, 김정민 옮김 / 크리스마스북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와는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 미국. 동경의 대상으로서 자리하기도 하고, 배척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나라이지만 어느 나라 못지않게 나름의 문화적 상대성을 가지고 있어, 이런 점에서 여행할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패턴 디자이너. 디자인 회사 ALSO를 공동 경영하고 있으며, 매주 다채로운 예술 관련 스케치북과 드로잉북, 아티스트북 들을 소개하는 인기 블로그 ‘북 바이 잇츠 커버’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 줄리아 로스먼이 사랑해 마지않는 뉴욕의 숨은 명물과 명소를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림 에세이다.
작가는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할아버지 대부터 뿌리내린 뉴욕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순간순간 변하는 거대 도시 이면에 숨은 수수하고 정감 어린 풍경에 주목한다.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쇼핑센터, 대기 번호 30번이 훌쩍 넘어가는 유명 맛집, 북적이는 인파에 떠밀리듯 둘러봐야 할 관광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에는 세계 곳곳의 특이한 사탕을 모아놓은 사탕가게, 돼지 내장 요리가 맛있는 차이나타운의 푸드 코트, 낡고 버려진 배들이 한데 모여 녹슬어가는 예인선 폐기장 등등, 뉴욕에 대한 기존 인상을 뒤집을 독특한 소재들을 모아 놓았다.
작가는 소박하면서도 꿋꿋한 소시민을 조명해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러운 ‘우리 마을’로 변모시킨다. 작가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뉴요커의 삶이란 이처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매 이야기마다 공감을 자아낼 만큼 친숙하게 다가온다.
몇 년 전에 뉴욕여행을 하고 왔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과 마주하게 되면서 뉴욕의 매력은 지금껏 알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매력으로 끝없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도시라는 거였다. 뉴요커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눈을 통해 뉴욕을 다시 바라보고, 그들의 아지트가 숨어있는 작은 골목들을 발견해가며 하나하나 리스트를 쌓아갔다. 뉴욕 로컬 매거진에 소개된 숍이나 레스토랑을 발견하면 바로 찾아가 직접 맛보고 경험한 후 마음에 드는 곳만 골랐다. 가보지 못한 곳은 아쉽지만 과감하게 리스트에 넣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뉴욕을 소개한 책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소가 잇달아 등장한다. 세계적인 작품을 앞다퉈 자랑하는 박물관들 중에서 작가가 주목한 곳은 스태튼 아일랜드의 ‘뉴욕 문신 박물관’이다. 문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에는 매우 특별한 문신 도안이 있는데, 바로 911 테러 때 살아남은 소방관들을 위한 문신이다. 미국 최악의 인재에 목숨을 잃은 소방관 343명의 넋을 기리고자 동료 소방관이 고안한 이 문신은, 소방관들의 끈끈한 연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은 유족과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 책은 뉴욕시의 다섯 자치구를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설명하고 있어 뉴욕을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다녀온 뉴욕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