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유대인 - 모제스 멘델스존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이르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미리엄 레너드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과사람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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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법정에 섰다. 그리고 한 달 뒤, 소크라테스는 사약(독당근즙)을 마시고 쓰러졌다. 살아있던 당대에도 현인으로 불렸던 소크라테스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나?

 

소크라테스의 혐의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아테네의 국가적 가치를 경멸하도록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타락시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테네가 인정하는 신들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2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든 역사적 사건이 그렇듯이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당시 아테네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관계가 깊다. 스파르타에 패배한 아테네 사람들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전쟁의 패배는 아테네 내부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군사정변이 일어나 참주정이 부활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피폐해진 삶에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아테네 시민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밉살스러운 괴짜 철학자일 뿐이었다.

 

이 책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그리스문학및수용학과 교수이자 파리의 아테네고대 철학 해석법의 저자인 미리엄 레너드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이 두 사상을 철학적 시각에서 그 배경에서 외형적 모습까지 심도 있게 분석한 것이다. 나무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왜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자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통하여, 서양 문화의 사상적 기반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에서 유용한 백성들이었다. 정복당한 연유로 결국 노예가 된 그들은 모든 공공사옥과 군사무소에 출입하는 등의 상당한 특혜를 받았고,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의 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그들은 거의 4세기 동안이나 무한한 시민의 권리를 향유했다. , 그들이 맡은 바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누렸다는 뜻이다.”(p.108)라고 했다.

 

유대인들은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특성을 지켜 왔다. 그들의 원리인 그들의 신은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원리, 그것도 종교의 형식을 취한 이기주의다. 이기주의는 결속을 강화하고,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 집중시키며, 인간에게 일관된 삶의 원칙을 부여한다.

 

계몽주의 시대에 칸트는 '이성의 법정'에서 인간의 이성은 여러 현실적인 사안들을 검토하여 현실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칠 수 있고, 그러한 권리는 당연히 현실적으로도 보장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칸트는 당시 금기시되었던 종교적인 주제마저도 철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이성의 공적 사용 권리를 과감하게 주장하였지만, 너그러운 계몽군주마저도 그러한 주장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금지시켰다. 철학은 권력의 검열 앞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 정치 사회적 모순과 고민을 겪으면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는 철학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고, 정치철학적 질문에도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은 어렵고 멀리 있는 학문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철학, 또는 사상과 종교는 바로 우리 현실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끌어안고 성찰하는 우리 자신의 자유의 능력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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