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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것 -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좀 괜찮겠지 하고 생각해보지만 어찌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우리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도무지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다. 정치는 여전히 집단이기주의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며, 국민은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직 실망뿐이다. 경제사정은 눈만 뜨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뿐이고, 사회는 혼란과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온갖 불만과 스트레스에 찌든 많은 사람들은 마냥 거칠어지고 살벌해져 사소한 시비에도 고성과 주먹질이 오간다. 힘없는 소시민들은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헝클어진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는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사랑할 것>이라는 책을 읽는다. 이 책의 부제는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이 책은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재일(在日) 정치학자 강상중 세이가쿠인대 교수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해 오면서 2007년 12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에 연재했던 칼럼 ‘사랑의 작법’을 모은 책이다.
이 기간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역대 최악의 원전 사고가 후쿠시마를 덮쳤다.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한 저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이 사회 속에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 우울증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왜 사랑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려는 정신작용’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러기에 지금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주변의 작은 일상부터 일본, 한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 이슈까지 담았다.
저자는 이 시대가 혼돈에 빠지게 된 이유를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휴대‘컴퓨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하면서 “전철을 타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며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인다.”(p.41)고 했다. 현대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 가운데는 수많은 정보로 인해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긴장감이 있다. 전철을 타고 휴대전화에 몰두하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휴대전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존재한다고 꼬집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전화’로 일컫는 ‘컴퓨터’를 손에 꼭 쥐고 좌불안석하는 이들이 주변에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을 읽고 덮을 때쯤 내 마음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책의 제목을 보아서 많은 고민과 시련을 극복할 방법으로 사랑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니 책의 제목과 내용은 무관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일본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낯설거나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대동소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