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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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1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묻지마살인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살인을 저지른 이 남성은 살해 직후 도주하였으나 사망한 여대생의 비명을 들은 중년 남성이 범인을 바로 뒤쫓아가 붙잡았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20대 초반의 범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하는 말은 우발적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이론 물리학자이자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크 뷰캐넌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격변 속에도 보편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1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1차 세계대전은 1914628일 사라예보에서 길을 잘못 든 어떤 택시기사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일어났다. 그의 차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부인 조피 부부가 타고 있었는데 마침 세르비아 테러조직 검은 손의 단원이었던 청년 앞을 지나자 난데없이 등장한 황위 계승자 부부를 본 그는 쾌재를 부르며 부부를 암살하고 만다. 이로 인해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게 됐던 것이다.

 

이 역사적 사건에서 저자가 찾은 규칙은 당시 유럽이 일촉즉발의 임계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임계상태란 작은 돌멩이 하나가 엄청난 산사태를 일으키는 것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원인에도 과도하게 민감한 상태를 말한다. 임계상태에 있는 세계는 조그만 움직임에도 엄청난 격변을 일으키며 세상을 요동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격변을 유발한 작은 사건의 경우 그 사건이 특별했다기보다는 그 대격변을 둘러싼 환경이 이미 임계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10년 아랍권의 민중혁명의 시작이 됐던 것도 튀니지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죽음이었다. 튀니지에서 노점상을 하는 무함마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이 허가 없이 장사를 하다가 여경찰의 단속에 걸리게 되었다. 여경찰관은 부아지지에게 벌금을 물렸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은 여경찰관은 진열되어 있던 과일과 채소를 몽땅 압수하고 손찌검을 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하고 떠나갔다. 이에 열 받은 부아지지는 부당함을 애기하고자 지방청사 앞에 가서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쫒겨 나게 되자 결국 분신자살을 선택했다. 결국 부아지지가 목숨을 잃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위는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시위는 튀니지 전역에 무섭게 확산되어 나갔다. 이 사건은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튀니지 국민들의 분노가 터지게 된 것이었다.

 

이 책은 자연생태계의 대규모 멸종, 정치와 사회의 변혁, 경제와 시장의 붕괴, 과학기술 혁명, 대규모 전염병의 확산, 도시의 성장, 패션과 음악 취향의 변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격변을 통해 세상을 뒤바꾸는 대격변의 패턴을 추적한다.

 

매일경제신문 장경덕 논설위원은 추천의 글중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격변에 대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나 요령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언제든 격변을 맞을 수 있는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p.10)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나 우리 경제는 지금 어떤 격변을 내포하고 있는지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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