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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웃에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라고 생각한다. 일반 부모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어내야 하고, 때로는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절망감도 느낀다.
발달장애인은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고 손을 흔드는 등 비장애인이 보기에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상행동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 탓에 나타난다. 발달장애인의 가족은 “호기심으로 빤히 바라보는 게 가장 속상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발달장애인은 2012년 현재 19만명이 넘는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70여만 명이 발달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늦게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폐증과 근긴장 저하증을 앓는 아이의 엄마 루이스 부스가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힘겨웠던 육아생활과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고양이 빌리가 자신의 아이 프레이저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에 아이가 조금씩 장애를 이겨내고 나날이 성장해 평범한 일상에 적응해 나가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어보면, 영국의 루이스와 크리스 부부는 결혼 후에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아이를 낳지 않다가 10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과체중과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다 사흘의 진통 끝에 제왕절개로 첫 아이 프레이저를 낳았다. 하지만 18개월 동안 누워 있기만 했다. 진단을 해보니 아이에게 자폐증과 근긴장 저하증이라는 복합 장애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프레이저가 동물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길고양이 빌리를 고양이 보호소에서 입양했다. 길고양이의 습성을 지닌 빌리는 집 밖을 돌아다니다가도 어떻게 알았는지 프레이저의 감정이 폭발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묵묵히 앞에 쭈그려 앉아서 들어줬다. 꼬리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달래기까지 했다.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던 목욕 때도, 빌리가 욕조에 발을 걸치고 아이를 진정시켰다. 변기에 앉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던 아이가 빌리의 도움으로 혼자서 배변을 해냈다.
프레이저를 향한 빌리의 이러한 행동들은 아이를 변화시켰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고집을 부리는 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혼자서 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자기 세계에 갇혀 전혀 나올 줄 몰랐던 프레이저는 빌리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과도 조금씩 어울리고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며 몰라보게 다른 아이로 성장했다. 모두들 프레이저가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결국 평범한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자폐증 아이와 작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눈 우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