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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미술품 도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철벽 보안장치가 되어 있는 미술관을 뚫고 들어가 고가의 미술품을 훔쳐가는 것은 흥미로운 영화의 소재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인코그니토’라는 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그림 모조 전문화가 해리의 집으로 미술품 브로커들이 찾아오고, 해리에게 거장 램브란트의 그림을 그려 달라며 50만불을 제시한다. 해리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병원비 때문에 거래를 승낙한다. 단 경매나 공개적인 판매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램브란트를 연구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한 해리는 노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마리케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램블란트의 그림을 모조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리고 한달 후, 드디어 램브란트보다 더욱 램브란트 다운 그림이 완성된다.
브로커들은 해리의 그림이 진품인지를 판정받기 위해 미술품 감정가들을 부르고, 사라진 램브란트의 그림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램브란트 그림의 전문 감정가인 마리케의 진품 판정없이는 잔금을 지불할 수 없다며 마리케를 초대한다. 마리케는 램브란트의 그림이 아니라고 판정, 전문 감식을 요청하며 급하게 자리를 뜬다. 그러자 브로커들은 해리의 그림을 진품이라 짜고 경매에 나갈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격분한 해리가 그림을 갖고 떠나려 하자 충돌이 일어나고 결국 해리는 자신의 그림을 가지고 도망치는데. 음모에 말려들었음을 직감한 해리는 마리케만이 그림의 진위를 판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쫓아간다.
이 책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테이트 미술관의 프로그램기획부장, 대영예술위원회 시각예술부장, 영국현대미술학회 전시부장을 역임하고,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 샌디 네언이 ‘터너 작품 도난 사건’을 중심으로, 암시장에서조차 처분하기 힘든 최고 유명 작품들이 끊임없이 절도 대상이 되는 이유를 규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7년간의 추적과 회수의 전말을 공개하고 있다. 흔히 영화 속에서 보았던 세기의 미술품 도난사건에 대해 누가 어떤 방법으로 훔치고 되파는지 등 사례별로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라진 터너의 유증작을 찾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가는 1부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미술품 절도의 역사와 관련된 사안들을 짚어본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고가의 예술품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비교적 낭만적 태도를 보이는 언론 매체와 대중의 심리를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미술품 범죄가 단순히 돈의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마약 거래와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이용되며 복잡한 범죄 세계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11년 8월에 벌어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다. 지금이야 루브르를 방문하는 이들이 다른 작품은 제쳐두고라도 꼭 보려 한다는 ‘모나리자’도 장장 2년 동안이나 집을 비운 경험(?)이 있다. 나중에 이탈리아 태생인 빈센초 페루자라는 유리 세공가가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 이탈리아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이유로 벌인 일이 밝혀져 다시 찾았지만, 이 도난 사건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큰일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사실 ‘모나리자’가 도난 전에는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미술품의 도난과 추적에 관한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으므로 마치 미스터리물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품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