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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더 웨딩
신디 츄팩 지음, 서윤정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보통 이상형을 만나면 저절로 사랑이 싹트고, 결혼만 하면 둘이서 알콩달콩 살 수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 연애할 때에는 남의 일로만 여겼던 낯설고 두려운 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연애가 언제나 즐거울 수 없고, 언제까지나 행복한 로망으로 남아 있을 수도 없다. 우리는 이따금 마주치는 낯설고 두려운 현실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냉정을 되찾은 여자는 왜 사랑에는 ‘선행학습’이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생각해보니까 어디에서도 행복한 사랑에 대해서는 고사하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도 배운 적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여지없이 환상의 포로가 되어 눈에 콩깍지가 씐 채 비상구로 탈출하려고 한다.
이 책은 ‘섹스 앤 더 시티’, ‘모던 패밀리’로 세 번의 골든 글러브, 두 번의 에미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로 항상 아슬아슬한 로맨틱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신디 츄팩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모험이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결혼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진솔하고 유머넘치게 이야기한다.
누구나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첫 눈에 반해버리는 로맨틱한 만남, 멋진 청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신혼집 등등. 물론 결혼에 대한 환상은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나 거기에 ‘현실’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환상 자체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것이다.
결혼은 계속되는 작은 싸움이고 화해이며, 결국엔 사랑과 감동으로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와는 조금은 어긋나고 다른 결말이고, 주인공은 로맨틱하지 않다고 목청 돋우며 이야기하지만 이상하게도 로맨틱하다. 불임에 대한 이야기는 고통이며 때로는 잔인할 정도의 절망이지만, 역시 이상하게도 감동적이다.
로맨틱한 만남의 뒷면에는 며칠 동안 남자에 굶은 여자와 선수인 남자가 있었고, 로맨틱한 청혼 뒤에는 옷을 잘못 빌려서 앞도 보이지 않는 채로 달려온 남자 이야기가 있고, 아기자기한 신혼집은 뭔지도 알 수 없는 물건으로 가득 차서 창고를 빌려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결혼의 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혼 여행지인 태국에서 겪은 전혀 안 로맨틱한 핑퐁쇼, 일주일에 한 번은 마리화나를 피워야 하는 남편(캘리포니아에서는 합법이라고 한다), 새로 꾸민 집을 축축하게 적셔 놓은 가짜 눈 발생기까지 좌충우돌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리고 불임에 대한 고민과 이를 헤쳐 나가는 방법까지….
작가가 전하는 진솔하고 유머 넘치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책을 덮을 때까지 밥을 굶을 정도로 책에 빠져든다. 부부가 함께 읽는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