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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라고 했다. 중년이 되면서 인간은 이전까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 결과 30대까지만 해도 직업적 성취를 위해 집중해 쏟던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에 쏟아 붓게 된다고 한다.
최근 JTBC에서 방영하는 ‘밀회’란 드라마가 화제다. 20대 청년과 40대 유부녀의 불륜이라니, 화제가 될 법도 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 사회적으로 안정된 40대 여자가 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청년에게 빠져드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게 사랑이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실은 그건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
‘중년의 위기’란 말이 먼저 떠오를 만큼 위태로운 세대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배가 나오는 등 육체적으로 쇠락해 간다. 꿈이나 이상보다는 현실을 먼저 챙기고 젊은층엔 갑갑한 ‘꼰대’로 여겨진다.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에 일하면 도둑)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마디로 무기력하고 서글프고 우울하다.
이 책은 보건복지부에서 감사업무를 하고 있는 저자 서태옥이 2007년부터 인생의 다섯 시를 바라보는 지금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책이나 영화 등에서 얻은 힘이 되는 글귀와 그에 대한 사색글,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을 하루에 한편씩 올렸던 글들을 엮은 에세이이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 인생의 정오인 중년을 지나면서였다고 하니, 이 시점에 저자 역시 뭔가 깨달음의 계기가 있었으리라 본다.
저자는 “지금 들고 있는 삶이 짐으로 느껴진다면 잠시 내려놓자. 아주 내려놓는 것도 아니고 30초만 내려놓자. 힘들게 ‘힘’을 들고 있지 말고 그냥 내려놓아 보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자.”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어떤 기준을 두는 것은 아니고, 자기 자신, 가족, 일 등과 관련된 사색들로 130여 편의 짧은 글이 실려져 있다. 저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글귀들은 주로 책에서 인용한 것으로 주옥같은 글들이 많아 해당 책까지도 읽고 싶어지게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을 읽었던 탓인지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많아서 나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주었다.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마음의 여백을 갖는 일. 다가올 즐거운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백이 바로 행복이지. 행복이란 결국 기다림의 다른 말이야.-김재진,《어느 시인의 이야기》중”(p.35)
“살면서 물음표(?)를 잊지 않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느낌표(!)를 잊지 않는 일은 더 중요하다. 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그냥 마침표(.)로 끝내지 말고 감탄(!)으로 마무리 하자. 많이 느끼고 많이 감탄할수록 세상살이가 재미있어진다. 재미있게 사는 능력을 기르자.”(p.277)
이 책은 글 한편 한편이 깊이가 있고 가슴에 와 닿는다. 중년이 꼭 아니더라도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꼭 한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