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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과 생산 활동 현장에서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느껴 그에 걸맞은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을 많이 경험한다. 천재 발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디슨은 백열등 상용화를 위한 오래 가는 필라멘트 찾으려고 수천번의 실험을 반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포크를 비롯한 주방기구, 지퍼나 원터치 캔 같은 사물 등도 불편이 아이디어로 연계된 케이스다.
이렇듯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결함은 새로운 발명품의 기폭제가 되었다. 자원이 부족할수록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배가 고픈 사람 등 무엇이든 결핍 상태에 있는 사람은 ‘어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심리현상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센딜 멀레이너선 교수와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엘다 샤퍼 교수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지나치게 적게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의 정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또 그렇게 일어난 일이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부족한 상태를 매개로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결핍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에 대해 사로잡히고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실험 결과에 따르면 목이 마른 사람들이 ‘물’이라는 단어를 더 빨리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고픔, 목마름처럼 육체와 관련된 결핍 상황에서만 이런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핍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의력을 사로잡고, 어떤 것에 주의력이 사로잡힌 사람은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저자들은 무언가 결핍상태일 때 인간은 그것에 매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가령 배고픈 사람은 음식을 필요로 하고, 빚진 사람은 돈에 몰두하고, 외로운 사람은 짝을 찾는데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핍은 일정한 패턴, 즉 ‘자원부족-터널링-저글링-미봉책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이를 ‘결핍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결핍에 빠지면 ‘터널링’ 단계에 들어서는데 긴 터널 안에 들어가면 오로지 멀리서 빛을 발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결핍의 대상만 생각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과제 제출 기일이 다가오면 리포트 작성에 더 몰입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한다.
‘터널링’은 집중도를 높여 사람을 좀 더 생산적이 되도록 한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소방관은 오직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러나 ‘터널링’은 대가를 요구한다. 소방관은 최대한 신속하게 출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결핍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풍족한 시기에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할 때 미리 과제를 해두고, 돈이 약간 풍족한 시기에 저축을 해두어야 한다. 아주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결핍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결핍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에 작용하는가를 이해하면 결핍의 덫을 피하거나, 최소한의 유해성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제대로 쉴 틈도 없ㅇ KTX로, 비행기로 국내외를 이동 중인 기업인, 신용불량자로 몰리기 직전의 벼랑 끝에서 카드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업자, 가지고 싶은 것을 가졌으나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