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vs 권력

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과 권력에는 항상 음모와 암투가 뒤따랐으며, 그 실현 수단으로서 권모술수와 암살 그리고 전쟁이 난무하였다.

정경유착이라는 말은 돈과 권력의 함수관계를 말한다. 즉,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결탁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서로 필요한 관계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할 때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경제인들은 사업을 할 때 권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경제인들 뒤를 봐주고, 경제인들은 그 명목으로 정치인들에게 정치 자금을 대주는 관계를 정경유착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정통한 영어권 저자 스털링 시그레이브가 중국의 5천 년 역사를 관료와 상인, 즉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고 불꽃처럼 살다 간 인물들이 얻고 잃었다가 또다시 얻게 되는 돈과 권력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중국의 지도 위에 중국의 엽전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데 바로 ‘돈과 권력’이다.

중국의 전통적 지배이념이라 할 수 있는 유가의 입장에서 보면 사농공상의 맨 아래인 상인 계층은 노예와 같았다. 관료들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인들을 다루기 힘들고 순종적이지 않은 위험한 존재들이라 생각했고, 사회기강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정치가 혼탁해지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권력자들은 상인들과 결탁해 재물을 챙기기에 바빴고, 상인들 또한 권력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더 큰 부를 축적했다.

상인들은 무자비한 정치적 탄압을 견디다 못해 당시 미개한 땅이나 다름없었던 남부지방이나 해외로 도망갔다. 대륙의 남부 해안지역으로 달아난 상인들은 밀무역과 해적 행위 등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베이징을 비롯한 양쯔강 이북, 즉 강북은 권력의 중심지, 상하이ㆍ광저우ㆍ홍콩 등 강남은 경제의 중심지가 됐다. 이 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돈이 없으면 권력 유지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고 있다. 이제 ‘권력은 짧고 돈의 위력은 길다’는 말이 팽배할 정도다. 그러면서 부정부패의 관행으로 백성들의 불평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14억 인구의 돈에 대한 노골적 욕망분출은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성장하게 한다. 지금 중국은 돈이 최고의 해독제, 피로회복제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돈은 권력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돈 역시 권력이 있어야 영생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돈을 지키거나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든 권력에 끈을 대려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돈과 권력’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중국 역사를 통해 돈과 권력의 상쟁과 상생의 관계를 배우게 되는 이 책을 정치인들과 CEO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