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합시다

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정치’ 하면 몸싸움, 막말, 고성이 오가는 정치판을 떠올린다.

나는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신뢰를 강조하지만 신뢰를 무던히도 강조하는 정치인의 말을 과연 우리 국민들은 신뢰할 수 있을까? 말치레뿐인 ‘립 서비스 신뢰’가 아니라 자기가 말한 것을 정확하게 실천해냄으로써 얻게 되는 ‘진정한 신뢰’를 듣고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 출연 횟수를 기록한 바 있는 시사평론가,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이철희 정치평론가의 정치평론집이다. ‘살기 좋은 사회일수록 정치의 영역이 넓고 잘 작동된다’는 평소의 철학과 소신을 담았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문제는 좌우가 아니야’에서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한 주요 정치인 안철수, 문재인부터 보수의 대표인물 이명박, 박근혜 등을 조명함으로써 보수와 진보의 나아갈 방향을 점쳐본다. 2부 ‘우리가 바라는 정치’에서는 현실정치의 큰 흐름과 의료민영화, 세재개편안 등 최근의 정치사회의 쟁점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왜 진보는 단일화를 했는데도 실패했는가?’ ‘시장선거 및 다음 대선의 다크호스는 누구일까?’ ‘세재개편안과 국민연금제도의 향방은?’ 등 <썰전>에서 차마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통해 최근 가장 핫한 정치맥락을 속 시원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정치가 바뀌어야 보통사람의 ‘삶의 질’도 나아진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로또 당첨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지금 멍하니 있으면 정치는 내 삶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정치는 스스로 좋아지지 않으며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바꾸려고 할 때 비로소 바뀐다.

저자는 요즘 관심사로 떠오른 안철수 국회의원에 대해서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한국의 아이젠하워가 되지 못했다.”(p.79)고 하면서 안철수에게 부족했던 것은 첫째, 안철수는 풀뿌리 조직과 만나지 못했다. 둘째, 양당 체제의 정치 시스템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셋째, 안철수는 민주당 입당을 끝까지 거부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문재인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가?’에서 “문재인은 노무현에 비해 후보로서의 능력과 잦ㄹ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p.99) 라고 하면서 “문재인은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대선 때의 공약만 있고 그가 표방하는 가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문재인 어젠다가 뭔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p.104) 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제는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당장은 선거 때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는 일이다. 그다음은 파편화된 보통의 각자들이 축구 동호인이나 볼링 동호회 등을 통해서라도 결사체를 만들어 의견을 나누는 일이다. 또한 진보는 시끄러운 ‘깡통’이고 보수는 답답한 ‘꼴통’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진보세력에 대해 “마땅한 전략도 없이 현 정부의 실패를 바라며 반사이익으로 거저먹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