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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노예’라고 하면 오래전에 ‘쿤타킨테’라고 하는 드라마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었다. 이 책의 띠지에 기록되어 있는 “잃어버리기는 너무도 쉽고 되찾기는 너무도 어려운 것 그것은 자유, 인간의 자유!”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인신매매, 노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같은 인간을 사고팔고 값을 매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뭐라고 설명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벌어진 염전노예 사건과 관련해 “정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경찰 고위 간부까지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서 쉬쉬해가며 벌였던 노예 사건은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뉴욕 주의 자유 시민인 솔로몬 노섭이라는 흑인이 자유를 뺏기고 노예가 되어서 12년이 지나 다시 자유를 되찾기까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12년 동안 몸소 겪은 노예 생활을 통해 자유를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 노예들의 심정과 생생한 삶의 장면을 솔직하게 묘사함으로써, 19세기 후반 미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들추고 인간에게 인권과 자유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권유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었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처사, 돈을 벌기 위해서 흑인들을 불법으로 붙잡아 파는 노예상인들과 노예들을 사고파는 일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농장주인들, 그리고 흑인 노예는 짐승과도 같다고 생각하고 채찍으로 때리고 심지어 죽이는 일까지 하는 그들은 비인간적인 실상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1808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곳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난 솔로몬 노섭은 세명의 아이를 키우며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남부 루이지애나 주 농장에 노예로 팔려간다. 악명 높은 농장주를 만나 인간답지 못한 대우를 당하며 12년의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끔찍한 채찍질과 매질에 ‘솔로몬 노섭’이란 이름을 대신해서 ‘플랫’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자유인으로 살다 목숨을 위협하는 매질에 노예가 되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12년동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덮고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던 것은 솔로몬 노섭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점이다. 12년간의 모진 고통을 참고 살았는데 그 뒤에 가족과 함께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왔는데 결과는 너무 안타깝다. 그는 노예생활에서 제대로 탈출해을까? 탈주 노예를 캐나다로 도피시키는 조직원으로 활동했다는 증언도 있지만 책이 발간되고 몇 년 후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다고 한다.
‘노예 12년’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노예 문제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가 되는 이유는 어떤 누구라도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