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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
애덤 알터 지음, 최호영 옮김 / 알키 / 2014년 2월
평점 :
나는 가끔 일상생활에서 내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내 사고나 감정조차도 무언가의 거대한 손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내 의지와는 무관한 어떤 거대한 힘에 끌려가고 있다는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여행 중 작은 사기를 당하거나, 원치 않는 물건을 억지로 구입하고 후회를 한다든지, 선뜻 내키지 않는 부탁을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어야 할 때, 조종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을 때가 있다.
건장한 청년에게 한쪽 팔을 들어 올리고, 올린 팔을 누르는 힘에 저항하도록 했다. 청년에게 파란색 마분지를 1분 정도 보게 한 뒤 같은 일을 했을 때는 저항력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마분지가 분홍색이 됐을 때 힘이 순식간에 빠졌다. 대상자 153명 중 두 명을 빼고는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이 책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조교수이자 심리학과 교수인 애덤 알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조종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색깔, 공간, 온도, 남의 시선, 편견, 문화, 상징, 이름, 그리고 명칭 등 우리의 삶을 흔들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여러 조건들의 강력한 힘을 풍부한 심리 실험과 자료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힘’이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에서, 놀이터에서, 우리가 혼자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때, 그리고 우리가 사소한 것부터 인생의 중차대한 것까지 온갖 결정을 내릴 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강’과 ‘한’이라는 서로 극명한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의 사례를 통해 아주 작아 보이는 요소들의 차이가 생각 이상의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차이는 두 사람의 타고난 성이다. 성이 ‘강’인 사람은 학창시절에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성이 ‘한’인 사람은 자기의 이름이 언제 불릴까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고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차이는 살고 있는 아파트의 높낮이다. 저층에 살아서 소음에 쉽게 노출된 아이들은 대화에도 덜 적극적이고 지적인 어려움을 더 많이 경험하며 독해력도 더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 차이는 벽지의 색깔이다. 난폭한 술주정뱅이들을 분홍색으로 칠한 구치소에 머물게 했더니 난폭함이 사라지고 온순해졌다는 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 번째 차이는 컴퓨터 제조사다. 어떤 컴퓨터가 창의력이나 지적 능력을 높이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받아들였던 상징의 결과로서 그런 능력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이 수없이 많고 적은 나비효과들의 집합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힘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우리는 필요할 때 그것들을 이용하고 해로울 때 그것들을 피하는 데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비하고 놀라운 일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