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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1월
평점 :
마광수 교수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마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업 교재를 사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는 공지를 해 논란 아닌 논란이 일었다. 학생들은 교수가 자신의 책을 사라고 강요한다고 비난했고, 교수는 학생들이 커피 살 돈은 있으면서 책 살 돈은 없다는 태도가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스마트폰 때문에? 취업 문제 때문에 바빠서? 전공 공부만으로도 벅차니까? 이 모든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핵심적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마광수 교수는 많은 책을 출간했고, 책을 출간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내가 마교수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라는 에세이집이다. 누구나 한번쯤 그 제목을 들어봤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은 그 당시 우리 사회에 아주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주 신선한 생각을 접하게 하여 읽은 게 보람 있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렇지만 문인, 교수, 종교인 등에게서는 호된 비난을 받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나친 쾌락주의로 서민들을 혹세무민하여 우리 사회를 성적(性的) 향락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뒤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법 때문에 마 교수는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시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재판정에 나가기도 했다.
이 책은 마교수의 독특한 명작 소설 읽기의 다른 말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서양의 명작들 즉 도스토옙스키,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남긴 명작뿐만 아니라 동양의 명작 소설인 삼국지, 수호전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면서 소설 속에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이 책의 ‘서시’에서 “우리나라 문학은 순 엉터리”라고 하면서 “춘향전의 주제는 춘향이의 절개가 아니라 춘향이와 이도령이 결혼도 하기 전 미성년자 나이에 신나고 야하게 섹스파티를 벌이거야”(p.5)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머셋 모옴’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우리 문학계가 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소설은 아직도 사상과 역사, 또는 민족 중심의 교훈주의 소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하역사소설이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고, 재미있게 잘 쓴 소설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게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비평가들이 아직도 잘 모르고 있어서 그렇다.”(p.53)고 말했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동화들’에서 “관능적으로 이끌리는 외모의 이성을 보면 “참 섹시하군”하고 곧장 고백할 수 있는 마음, 아무리 명작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라 할지라도 “거 참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없는데”라고 토로할 수 있는 마음, 이런 마음이 바로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 없이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는 도저히 달성될 수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절대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p.89)라고 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마 교수가 문학 소설을 읽고 독특하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재미있게 해석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마교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의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 소설을 읽기 전에 마교수의 이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소설을 읽는다면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