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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은 인도 뭄바이의 ‘안틸라’라고 한다. ‘안탈라’는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집으로 높이 173m의 27층 건물, 도시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도 가지고 있다. 이 호화스러운 건물 ‘안틸라’는 인도 뭄바이시에 위치해 있으며 7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됐으며 여러 개의 수영장과 헬스클럽뿐만 아니라 대형 연회장과 미니 영화관도 마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6천여 개의 방과 9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중간에는 4층 높이의 정원도 꾸며져 있다. 옥상에는 3대의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아름답다. 하지만 바로 옆에는 세계 최대의 슬럼가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는 ‘뭄바이’, 그 이면에는 불평등도 심각하다. 뭄바이의 화려한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공항과 특급 호텔들의 그림자 뒤에는 성장과 발전에서 비껴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책은 <워싱턴포스트>를 거쳐 현재 <뉴요크>의 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캐서린 부가 동네 꼬마들조차도 ‘장미 꽃밭 사이의 똥 같은 존재’라고 자조하는 빈민촌 마을 ‘안나와디’의 실상을 담은 에세이다.
작가는 여러 슬럼을 관찰한 끝에 안나와디를 집중 취재하기로 결심하고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4년 간 안나와디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인물들을 수십 차례 인터뷰하고 3000건이 넘는 공공기록을 조사하면서 도시 슬럼가의 비통한 현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결과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삶 속에서도 실날같은 희망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이 책은 안나와디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외다리 여자 파티마가 옆집과의 사소한 말다툼 끝에 분신자살한다. 경찰은 가해자로 옆집 소년 압둘과 그의 누나, 아버지를 지목해 그들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어머니 제루니사는 가족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힘겨운 투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부패한 경찰과 의사는 뒷돈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누명을 벗겨줄 재판은 기약 없이 미뤄지기만 한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빈민촌을 벗어나려던 압둘 가족의 꿈도 산산조각 난다. 저자는 파티마의 분신 직전과 직후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168명과 반복해 인터뷰할 정도로 치열하게 취재했다. 경찰, 공공 병원, 시체 안치소, 법원 등에 남아 있는 3000여건의 공공 기록도 참고했다.
이 책을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묘한 감정이 스친다. 몇 년 전에 남아공에 가서 빈민가를 둘러봤을 때 한낮인데도 바깥에서 훤히 볼 수 있는 판잣집에서 성인 남자들이 별로 할일 없이 빈둥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거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노는 남성들이 측은해 보였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언젠가는 인도여행도 하리라고 다짐한 나에게 인도는 부와 가난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간직한 영적인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