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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죽기로 결심하다 - 어느 날 문득 삶이 막막해진 남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콘스탄체 뢰플러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시공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가을이 되면 바바리 깃을 세우고 낙엽 위를 거니는 고독한 남자들이 눈에 띈다. 이른바 ‘남자들이 가을을 탄다’는 것이다. 살다가 보면 어느 날 문득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덧 훌쩍 든 나이,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 능력 있는 후배들과의 경쟁 등 묵묵히 살아 온 지금 내가 감당할 짐이 너무도 많다.
수많은 남자들이 요즘 황야의 늙은 늑대처럼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이런 ‘남성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남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을 방치했다간 삶의 극단까지 몰고 간다. 한국의 자살율은 지난 10년 간 2배나 늘었다. 남성 자살율이 여성보다 2배나 높다. 그만큼 많은 남자들이 ‘고통’을 짊어졌다는 방증이다.
이 책은 독일의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남성 우울증 전문 정신의학자 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 박사가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남성과 그 가족들은 물론 생활 방식 및 태도에 있어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는 이들에게 남성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 대처 방법 등을 자세하게 안내해준다.
남성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종종 슬프고 의기소침하며, 불안하고 쫓기는 기분이 들며, 별일도 아닌데 화가 나고 조급해진다. 근심이 많다. 울적하고 상심과 체념의 우울감이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갈수록 깊어진다. 그 외에도 수면장애가 생기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며 자잘한 일을 처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된다. 결정을 내리기를 두려워하며, 죄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남성 우울증은 개인 의지로 해결될 수 없다. 부와 명예 가족의 힘으로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 책의 챕터마다 전문가의 상담사례를 담고 있어 자신과 비교해 보고 우울증 체크리스트를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고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자신을 착취하는 남성은 맺고 끊는 것을 잘하고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p.82)고 진단한다. “모든 아빠가 부모 됨에 행복해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젊은 아빠들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지만, 출산 후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낀다. 아빠들은 아기를 출산한 아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른다. 엄마의 기쁨을 실감하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며, 뭔가 배제당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온전히 함께하지 못한다는 불확실한 감정은 남성의 자신감을 갉아먹는다.”(p.100) 저자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자신도 모르는 우울증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나의 동료 가운데 한분은 우울증 때문에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혼자만 지내는 분이 있다. 만나자고 전화를 하고, 찾아가기도 하지만 자꾸만 피하고 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지 모른다. 남성 우울증은 결코 개인의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부와 명예, 재능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힘으로도 해결하지 못한다. 남자들은 물론 그 가족과 이웃이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비로소 남성 우울증은 극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