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다시 쓴다
샘 파르니아 & 조쉬 영 지음, 박수철 옮김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불로초를 그렇게도 갈구한 진나라 시황제,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도 결국 죽지 않았던가. 이처럼 죽음은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왠지 먼 훗날 이야기 같아서, 남의 이야기라고 여겨져서인지 죽음을 잊고 살기 쉽다.

 

20098, 운전기사 교대 근무를 마치고 뉴욕 맨해튼에서 퇴근하던 조 티랄로시는 속이 메스껍고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걸 느꼈다. 티랄로시는 도로에 멈춘 차 안에서 발견됐다. 심장 정지, 의학적 사망 상태로 그는 병원에 도착했다.

 

뉴욕 장로교병원의 소생의학 전문 의료진은 냉각식염수 등을 사용해 체온을 낮추는 냉각요법으로 뇌와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각종 약물과 첨단 기기를 동원한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40분이 흘렀고 회생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맥박이 돌아온 것 같아요!” 15분 뒤 티랄로시의 심장은 한 번 더 멈췄지만 의료진은 다시 한 번 심장을 뛰게 했다. ‘두 번 사망했다가 살아난 것도 놀랍지만 다시 살아난 그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환하게 빛나는 존재를 만났습니다. 부피나 형태는 없었어요. 그건 단지 사랑과 인정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감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의학박사이자 철학박사인 샘 파르니아와 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하고 있는 조쉬 영이 우리가 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종교나 철학이 아닌 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책이다. 현대 소생의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심장이 멈추고 뇌가 정지하는 등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가 되살아난 사람들을 연구해 뇌가 정지하고, 육체가 사망한 이후에도 의식이 존재하는 현상을 입증한다.

 

이 책의 제목이 <죽음을 다시 쓴다>이다. ‘죽음의 정의를 다시 쓸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되면 응당 사망으로 여겼다. 이제는 소생의학의 발달로 심장 정지 후에도 환자를 뇌손상 없이 살려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오는 길은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토에 진입해있는 도중에 그 사람의 정신과 의식(그 사람의 존재적 본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물어야 한다.”(p.33)고 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은 종말이 아니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외부적 개입이 가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심장박동이 멎은 뒤에도 신경세포와 뇌조직은 8시간까지, 피부 세포는 24시간까지, 뼈는 4일까지 생존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세포 사멸을 늦출 수 있는 최신 냉각 요법과 소생술을 적절히 처방할 경우 환자는 뇌손상 없이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이 더욱 엄밀해져야 하고, 장기 이식 시기 결정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엉성한 의료체계 때문에 살릴 수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한 저자는 장기 이식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하고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도 엄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칫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꺼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사람이 사람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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