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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는 부부가 위험하다 -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
박혜윤.김선우 지음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통계에 의하면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의 황혼이혼이 27.3%로 처음으로 25%의 신혼이혼 수치를 앞질렀다고 한다. 흔히 알려진 노래 가사처럼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되듯, 부부 사이는 평생 행복의 척도가 되는 중요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점 하나로도 남이 되어버릴 수 있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 20년 이상을 한 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았어도,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조금은 ‘쇼킹한’ 이유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흔하듯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애써 겉으로는 평화로운 척하지만, 알고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부부들이 많다. 행복을 가장한 껍데기뿐인 결혼생활에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문제를 드러내 보이기는 두려워 쉬쉬하는 것이다.
이혼 원인의 1위는 ‘성격 차이’다. 하지만 성격이 같은 사람이 어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부부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다. 그러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돼야 한다. 그러니 싸울 수밖에 없다. 이때의 싸움은 옳고 그르고를 가리는 승패의 싸움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찾아내는 싸움이어야 한다. 배우자와 나의 다름을 느끼며 몰랐던 나의 실체를 알 수 있고 또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직 기자인 남편 김선우와 전직 기자였던 아내 박혜윤이 자신들이 직접 했던 부부싸움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자신들이 왜 싸웠는지, 어떻게 화해했는지, 부부 사이에 진짜 생길 법한 일과 그 해결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10년의 결혼생활이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어떻게 바꾸고 성장시켰는지 지켜볼 수 있는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이다.
상대를 좀 더 알기 위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성실하게 싸웠다. 첫 번째 싸움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시작됐다. 아내는 혼자 출근했다가 “선우 어디 있어?”라는 남편 상사의 전화를 받고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남편은 그때 집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남편이 자다가 일어나 보니 회사에서 부재중 전화가 13번 걸려 왔는데 아내는 자기를 깨우지도 않고 나가버렸다. 순간 ‘이런 미친 여자와 결혼을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밤 둘은 밤을 새워 새벽 4시까지 싸웠다. 결론은? 아내는 “일단 싸우면 끈질기고 치열하게 싸웠다”고 했고, 남편은 “이 사건 이후 혼자서도 잘 일어나게 됐다”고 했다.
세상에 문제없는 부부는 없다. 티격태격, 바람 잘 날 없이 생활하다 보면 문득, ‘이렇게 사느니 확 이혼할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나도 결혼해서 참 많이도 싸웠다. 우리는 치열하게 싸우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상대가 조금씩 변하는 것조차 알아챘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싸움은 피곤하고 귀찮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은 싸움 구경’이라는 말처럼 남의 집 싸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격, 생각하는 패턴, 글의 스타일조차 완전히 다른 아내와 남편이 각자의 시각에서 서술하는 구성도 흥미롭다. 책을 덮을 즈음엔 부부 싸움은 대화, 공감, 소통의 또 다른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행복한 부부생활뿐 아니라 성숙한 인간관계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부부싸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