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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에는 ‘나이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과 내가 살아온 날들이 비슷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인생의 한 시점에서 지난날을 뒤 돌아 보게 되었다. 아무런 성찰 없이 그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사춘기에 이미 격어내야 했을 자아의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 앞에 그제야 서게 되었다. 돌아보니 만신창이 같은 삶의 쓰라림들을 치유할 겨를도 없이 그 상처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 온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처음엔 자기연민에서 시작된 보상심리와 위로가 시간이 지나면서는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바뀌게 되고 더 깊은 성찰과 수행의 길에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이 책은 교단생활을 정년퇴임하고 한 아버지로서 늙음을 맞이한 저자 조옥현 씨가 수 십 년 써 온 일기의 일부를 엮은 것이다. 그의 일기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싹이 돋는 것을 보면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슬픔에 젖는 노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우리들의 미래인 아버지, 노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저자는 이 책의 ‘늙은 부부’에서 “늙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치매에 걸린 아내, 늙은 남편이 그 뒷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남편에게서 암이 발견된다. 하는 수 없이 아내를 노인 시설에 보내고 자신은 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다 결국 홀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부인이 남편과 함께 살던 옛집을 찾는다. 함께 살아왔던 그 자리에 앉아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린다.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나와 아내, 못 박힌 말뚝처럼 앉아 영화를 보았다.”(pp.74-75)고 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형벌에 가깝다. 실제로 죽을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눈을 감고 싶다는 노인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나이 들어가는 것은 곧 비극’이다.
TV가 말썽을 부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좋은 TV한번 보자며 계약금 20만원을 들고 TV 매장에 계약하기로 한다. 종업원이 주민등록증을 요구한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점원은 “할아버지는 할부가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70세가 넘었기 때문에 할부가 안 된다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할부에서도 아웃되었다는 선고를 점원으로부터 받았다. 자식들에겐 짐스러워 말하지 못하고 능력껏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것이 노년의 현실이다.
이 노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 모두의 미래역시 암흑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우리 젊은 세대처럼, 나이든 사람도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노인이 된다.
이 책은 나이든 노인의 삶이며 우리 노인들의 현주소이다. 싹이 돋는 것을 보면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슬픔에 젖는 노인들의 삶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