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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된 망각 -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
탈리 샤롯 지음, 김미선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긍정을 강요한다. 마치 복잡다단한 현실을 잊기 위한 마취제처럼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도’가 현대인들의 필수 요소가 됐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긍정의 힘’이 결국 한 사람의 성공을, 인생을, 운명을 좌우한다고도 얘기한다. 사실일까.
이 책은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현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 지각, 뇌과학 연구 분과의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탈리 샤롯이 인간 두뇌의 가장 위대한 기만 능력들 가운데 하나인 낙관 편향을 탐구하며, 낙관편향을 지속하기 위해 뇌가 어떻게 낙관의 훼방꾼들을 퇴색시키거나 망각하게 하는지 설명한다. 아울러 이 편향이 적응에 도움이 될 때는 언제이며 파괴적일 때는 언제인지 살펴보고, 적당히 낙관적인 착각은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이 교육의 힘을 통해 긍정의 힘을 체득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낙관주의를 고집한다고 이야기 한다. “뇌가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낙관주의자가 되기 쉽다”며 “뇌 속에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강화하지 않는 데이터를 몰래 지워버리는 망각이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낙관주의’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동안의 우리의 편견을 깨뜨린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 결과인데,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엄마들이 경험하는 행복감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 사이에서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도출해낸다. 즉 육아가 우리의 행복감을 키우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유전자를 지키는 일이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육아가 행복과 관련돼있다고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 화목한 가정, 직장에서의 승진 등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이혼률이 50%가 넘는다는 통계를 보고 ‘내 결혼이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한다면 수만 가지 경우의 수와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한 가지를 선택한다. 실제로 낙관주의자들이 비관주의자들보다 더 오래 살고 건강하며 인간 대부분이 낙관 편향을 보인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뇌가 불러일으키는 낙관적 착각의 징후는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더 기다리는 것, 물건을 고르고 나면 더 좋아 보이는 현상,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뇌의 낙관 편향은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 구실을 할뿐만 아니라 미래에 닥쳐올 고통과 고난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도록 뇌가 무의식적인 망각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도 히틀러가 공격할 리 없다는 낙관적 믿음 때문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히틀러 역시 모든 부정적인 지표를 무시하고 소련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낙관했지만 길고 지루하고 불리한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낙관주의는 적포도주와 같다. 하루 한 잔은 좋지만, 하루 한 병은 해로울 수 있다”는 조언처럼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낙관주의를 유지하되 자신이 어떠한 낙관적 착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보고, 과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대비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