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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한다면 아내는 뭐라고 말할까? 회사를 그만 둔 남편이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애를 써보지도 않고 아들과 여행을 가겠다면서 “천만 원만 줘.”라고 한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두 가지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많은 가정에서 남편들이 예전처럼 아내로부터 대우 받지 못한다. 아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격적으로 아무리 훌륭하고 명예로운 일을 하더라도 돈을 많이 갖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닛케이홈 출판사에 입사해 2005년부터 2008년 봄까지 ‘닛케이 트렌디’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일본 사이버대학교의 객원교수로 IT 마케팅론을 가르치면서 방송, 강연,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저자 기타무라 모리의 에세이로 현대사회 아빠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저자는 30대에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으로 취임했는데 저자가 맡고 나서 잡지의 판매 부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쁘다기보다 긴장감이 앞섰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성적이 금방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일하는 시간은 더욱더 길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컴퓨터를 켜고 일에 힘썼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 상태가 이상해 져서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 없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 사실을 회사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자리는 잃어도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표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따뜻하게 맞아줄 것 같았던 가족들은 그를 외면했다. 최근 몇 년간 일 때문에 집에 붙어 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저자는 아내에게 천만 원을 빌려 아들과 여행을 떠났다. 아들은 처음에 아빠와 둘이 가는 것이라면 엄마와 가겠다고 했지만,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가족을 되찾기 위한 여행이자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행이다. 마흔 한 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아들과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첫 여행지로는 도쿄에서 7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핫코다를 선택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고 싶었다. 물론 비행기를 탈 용기는 아직 없어서 정차를 여러 번 하는 열차를 택했다.”(p.62)고 했다.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지쳐 힘들고 아플 때에도 사랑해주고, 내가 기쁠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리고 나의 몸 같은 신체의 일부분인 것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가족은 대부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들만을 위해서 지내는 그런 사이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들과의 여행을 통해 모든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아빠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될까? 회사는 도중하차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