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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의 책 -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
윤성근 지음 / 마카롱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항상 책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했고, 혹시 읽지 못해도 책꽂이에 꽂아두는 버릇이 생겼다. 서가도 모자라 바닥에 쌓다 보니 어느새 방 절반을 그득 메운 책들, 그 안에는 내 손때가 한 번이라도 묻은 친구들도 있지만 대개는 아직 언젠가 진심으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다. 어쨌든 나는 나의 독서습관 덕분에 남보다 책을 읽는 속도도 빨랐고,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도 좋은 편이었으며, 지금도 책과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독서가이자 작가인 알베르토 망구엘은 “지금도 서가가 빼곡이 들어찬 공간에서 길을 잃으면 재밌는 모험에 나선 기분이 들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배열된 문자와 숫자가 언젠가는 나를 약속된 목적지로 인도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넘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읽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닥치는 대로 글을 읽으며 자란 활자중독자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근이 러시아의 고전부터 현대의 추리소설까지,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책을 만나면서 부쩍 넓고 깊어진 시선에서 써내려간 책 읽기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 어쩐지 보고 싶지 않은 것과 마주한 날, 어쩐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 생각난 날, 어쩐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들은 날 펴든 침대 밑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남몰래 읽어온 좋은 책들을 혼자 알고 있기 미안해서 깊은 밤 호시탐탐 읽어온 이야기를 꺼낸다. 내 인생에서 책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시선에 몸을 맡기고 환상적인 책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너무나 즐거운 이야기에 키득키득 소리를 내면서 웃음을 짓게 되고, 때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침대 밑의 책>이라는 제목처럼 잠들기 전까지 읽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책의 리스트를 보면 독서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깊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면 그는 <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를 꺼내 들고 읽는다. 전기를 무서워하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중 하나인 형광등을 갈아야 할 순간이 찾아오면 경전처럼 여기는 <도구와 기계의 원리>를 읽으며 용기를 얻는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하루의 끝에서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침대에 누워 <나는 걷는다>를 읽으며 길에서 만난 사소한 모든 것에 눈길을 주며 마음을 다스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얻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에 책 한 권을 읽고 지식을 얻었다면 그는 작은 것을 얻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아직도 내가 읽어야 할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헌책방에서 단지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고 배우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 같아 시간이 되면 한번 찾아가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