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8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선 81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인생 100세 시대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명 연장은 그 자체만으로 인류의 축복이 될 수 있도록 100세 시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미국의 신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 상자, 티칭머신 등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며 가설의 구성이나 설명보다도 조작주의적 분석에 의해, 선행조건과 귀결과의 관계만을 기술하는 입장을 주장하며 ‘스키너학파’를 이룬 B. F. 스키너가 여든을 코앞에 둔 1983년 펴낸 책으로, 딱딱한 과학적 저술에서 벗어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쓴 ‘삶’에 관해 남긴 마지막 강의를 엮은 책이다. 노년에 관한 실용적이고 위트 넘치는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 담겨 있다.
스키너는 삶이 황혼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가리켜 ‘노년이라는 낯선 나라’라고 표현한다. 노년을 향한 보편적이고 막연한 불안을 환기시키려는 게 아니라,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들처럼 다른 나라의 기후, 사람들, 역사, 생활양식 등에 대해 많이 알아놓고 준비하면 할수록 새로운 생활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노년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을씨년스러운 황무지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노년이라는 나라에 관해서도 화려하고 매력있는 안내 책자를 만들 수 있다. 노인이 되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며, 미리 계획을 세운다면 더욱 나은 인생의 시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p.25)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해 외부의 도움을 얻어야 하고,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바쁘게 지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신체적 매력이 줄어들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외로움을 견딜 수 있으며, 기분 좋게 지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인 죽음이 닥쳐오면 어떨까. 저자는 유언장 작성, 장기기증 서약 등 필요한 조치를 한 뒤에는 과감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며 “젊은이들과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며, 노인과 함께 있을 때에는 되도록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노년’에 대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젊은 시절이다. 다가올 노년을 즐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일들을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노년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시기는 바로 당신이 한 노인을 책임지고 있을 때다. 여러분 중에는 틀림없이 부모와 함께 살거나 부모님 댁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이 든 지인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미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가올 노년을 즐겁게 만들 일들을 수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젊은이들까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