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
치 쳉 후앙 지음, 이영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하버드 의대 졸업을 앞둔 스물 다섯 살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어린이들을 돌보기 위해 볼리비아로 떠났다. 그 곳에는 단돈 1달러를 벌기 위해 에 매춘을 하는 몸을 파는 십대 소녀들, 구두닦이나 구걸로 연명하는 소년들 등 거리의 아이들이 가득하다.

 

이 책에는 가진 것이라곤 갸륵한 마음뿐, 볼리비아에 대해서도 그곳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는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 밑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치쳉후앙이 구걸한 돈으로 밥 대신 시너와 술을 사는 아이들, 자해와 폭력과 도둑질로 얼룩진 거리의 현실을 보고 느낀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다섯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열다섯 메르세데스였다. 아이는 매일 밤 200군데가 넘게 면도날로 손목을 그어대는 자해 중독증 환자인 데다 심각한 성병도 갖고 있었다. 삼촌에게 성폭행당하고 집을 나와 매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증이 몸을 훑고 가면서 전하는 고통으로 공허한 마음을 채워가던 메르세데스는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게임이라며 자해를 가르치다 교사들의 미움을 사는데, 결국 제 발로 고아원을 박차고 나간다.

 

가브리엘은 어린 나이에도 살아남기 위해 칼을 가지고 다니며 폭력과 도둑질도 서슴지 않고,어린 아이들에게 시너를 나눠주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소년이다. 존재를 과시하며, 정비공이 되고 싶다고 했으나 결국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리의 생활에 지쳐 고아원을 스스로 찾지만 한달 만에 다른 아이를 찌르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러나 열세 살의 매춘부 비키가 짙은 화장을 지우고 감자칩을 팔며 자존감을 찾고 현재는 미용사 수업을 받으며 사는 등 변화한 모습은 가느다란 희망이다.

 

다니엘라는 고아원에서 두 딸을 키우는 십대 소녀인데 어느 날 사소한 잘못으로 고아원에서 쫓겨나고, 다섯 달 된 둘째딸은 병원에서 목숨을 잃는다. 돈이 없어 죽은 딸을 병원에서 찾아오지도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후앙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시 거리로 내몰린 다니엘라는 약물이나 범죄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후앙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중남미에서 아이티와 함께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나라 볼리비아는 20세 이하 250만 명가량의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려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본 고아원 밖의 세상은 고아원 안보다 더 절망적이다. 저자는 삼대가 거리에서 생활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숨이 막힐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건 잘못 되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p.305)고 말했다.

 

저자 후앙은 전세계 거리의 아이들 1억 명을 모두 구할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한 명씩은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영리 기관 국제카야어린이단체를 설립해 볼리비아에 고아원을 짓고 아이들을 위한 자립센터를 운영하는 등 미국과 볼리비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본 거리의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에이즈로 신음했고 거리에서 죽어갔지만 아무렇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희망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그 땅에서 후앙은 묵묵히 아이들의 운명을 아주 작은 도움과 관심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를 깨달았다. 세계 각 곳에서 아파하는 거리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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