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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 인생의 지혜를 담은 고전 강의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13억 중국 사람들 중에서 중국의 고전을 지금에 되살려 깊은 통찰력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은 적지 않지만, 그 어려운 고전의 핵심과 정수를 자신의 관점에서 쉬운 말과 글로 전달하는 전문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내가 이번에 읽은 것은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라는 책이다. 중국 국영 방송국인 CCTV에서 중국 고전·역사를 강의하면서 최고 인기의 스타급 학자가 된 이중톈(易中天). 그는 중국 대륙에 ‘이중톈 신드롬’을 일으키며 난해하고 재미없는 역사 강의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재미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고전은 막연히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찾아보면 쉽고 재밌는 책들도 많다. 고전을 읽는 일은 지혜를 풍부하게 한다.
이 책은 중국의 유가 경전인 [주역]과 [중용], 도가와 병가의 경전인 [노자]와 [손자병법], 그리고 위진시대 지식인과 선종 조사들의 일화 등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전이 재해석되기도 하고,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고전이 비교 해석됐다. 또한 그동안 그의 저서를 통해 다뤄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들이 새롭게 조명됐다.
선진제자백가시대에 백가쟁명은 제국을 다스리는 문제와 인생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저자는 그동안 제국을 다스리는 통치법과 이상적인 리더십, 그리고 사회의 큰 흐름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가 중국의 여섯 개 도시를 돌면서 강연한 여섯 가지 주제는 ‘주역의 계시’, ‘중용의 원칙’, ‘병가의 사고’, ‘노자의 방법’, ‘위진의 풍도’, ‘선종의 경계’였다. 그는 이 여섯 가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삶의 지혜는 지식과는 구별되고, 개인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임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고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간단하고 현실적인 세상 이치를 현대적인 안목으로 대중에게 전달한다.
1947년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태어난 이중톈은 살아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국 역사와 현실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이러한 풍부한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1965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문화혁명의 광풍에 휩쓸려 그는 저 멀리 서북부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로 하방됐다. 이곳에서 허연 얼굴의 ‘샌님’이었던 이중톈은 ‘혁명열사’로 탈바꿈한다. 그는 신장 자치구에서 생활을 “과거 시 속에 묘사됐던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삶은 결코 시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회상할 정도로 신장에서의 13년 동안 인생의 쓴맛을 경험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는 시대 순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삶의 지혜를 얻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역과 중용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 다가올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이야기 하고, 병가와 노자를 통해 사람의 본성과 개인의 잠재된 힘을 이해하고, 위진시대의 지식인과 선종 조사의 일화를 보며 인생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강연을 듣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작가의 생생하고 날카로운 질문과 그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 놓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고전을 가까이 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