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전국시대의 장자는 뛰어난 사상가였지만 무척이나 가난했다. 하루는 식량이 모두 떨어지자 절박한 마음에 벼슬을 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당장 곡식을 빌려 줄 생각은 안 하고 장차 세금을 거두면 큰돈을 꿔 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몰인정한 태도를 보인 친구에게 장자는 이런 말을 던졌다. “내가 여기 오는데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말라 죽어 가고 있었네. 물 한 동이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했는데, 나는 마침 먼 나라로 여행을 가는 중이니 그 나라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 물고기는 차라리 자기를 건어물 가게에 내다 팔라고 하더군.”

 

자신을 한 동이의 물이 절실한 물고기에 비유해 서운함을 표시한 것이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수레바퀴에 고인 물의 물고기’란 뜻의 ‘학철지부’다. 누군가가 절박한 처지에 놓여 도움을 청할 경우 비록 적지만 제때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책은 언론계에 투신하여 경향신문 종합편집장 및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하고, 한때는 술과 풍류를 즐겼지만 단주 후 세심(洗心)하며 저술에 몰두하고 있으며, 고전에서 삶의 본질을 파헤쳐 온 저자 김태관이 <장자>의 지혜를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통찰과 에세이의 감성으로 버무려 들려준다.

 

장자는 유교의 공자나 맹자가 엄격한 사상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분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사상가였다. 노자의 도교를 이어받았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인 무(無)를 실천하는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장자의 사상은 일체의 인위적인 것들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지향한다. 새롭게 등장한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지 않았다. <장자>의 첫 편 ‘소요유(逍遙遊)’에는 크기가 9만리나 되는 거대한 새 ‘붕(鵬)’이 된 작은 물고기 ‘곤(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 탓에 이 새를 포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신정근 교수는, 국가가 권리와 의무의 체계로 자신을 포획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라 하였다. 장자는 변신을 꿈꾸었던 것이다. 국가라는 인위와 그것이 행하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변신이다.

 

그의 사상은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인위적인 것을 멀리하고 무위(無爲)로써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도덕적인 것이라 여겨지는 ‘인의예지’조차 본성을 그르치는 것이라면 악덕이라고 보았다. 둘째는 한정된 시간을 초월하는 정신적 자유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면 그 어떤 삶도 짧지 않고, 헛되이 낭비하다 보면 그 어떤 삶도 길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상의 틀을 깰 수 있는 유연한 사고다. 삶과 죽음조차 모든 사람에게 다른 것이라며 아내가 죽었을 때도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상대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자는 보이는 것은 도가 아니라며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도가 비친 거울일 뿐이다. 도뿐만이 아니다. 그대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뭔가를 찾았다며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된 것을 알고 싶다면 이제 그대의 눈앞의 거울을 치워라. 한쪽으로 고정된 생각을 뒤집어라.”(p.52)고 말했다.

 

이 책은 장자를 논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 밖에서 노니는 장자를 보여주는 것이다. 장자가 노래하면 그 노래에 대해 설명 하기 보다 직접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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