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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
최용섭 지음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지 어언 1년이 되어간다. 19대 총선거를 앞두고 2011년 말부터 서울 여의도 정가는 물론 경제계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사실 경제민주화는 헌법(제119조 2항)에 명시만 되어 있었지 우리 사회에서 그 정신이 구현되는 현장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 사이 소득 격차는 벌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정치민주화’는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경제민주화는 답보 상태였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경제민주화도 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영 딴판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난무한다. 예상은 했지만 특히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의 반발이 조직적이고 정략적이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안보,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현재 영국 워릭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중이며, 남북한 사회 및 남북관계에 서구 정치이론을 적용하는 논문을 작성하는 한편, 지식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최용섭이 재벌들이 야기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 고질병의 근원은 무엇이며, 재벌이 우리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 준다. 어렵고 추상적이며 난해한 이론 대신 우리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경제민주화란 구슬을 제대로 꿰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소중한 보배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개별 재벌 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양극화 등으로 경제·사회적 긴장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질서가 위협받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재벌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나 커서 더 이상 일반 국민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15가지 사안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재벌 개혁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재벌 중심의 사회 구조로 인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것을 용인하고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던 것은 재벌이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경제를 보면 그동안 재벌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더 이상 성장의 과실이 아래로 흐르는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재벌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만 서민경제는 반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경제민주화 요구의 흐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재벌은 독재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탄생되었고 성장했다. 첫째, 재벌은 독재정권을 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체시켰다. 둘째, 재벌은 정경유착으로 키워졌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외국 경쟁업체와 제대로 맞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