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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먼저다 - 좌파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려 하는가?
장 뤽 멜랑숑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중남미 좌파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서 남미에 재차 좌파정권 바람이 불고 있다. 남미 좌파정권은 1999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집권때부터 본격화되었으며, 칠레의 라고스 정권, 브라질의 룰라 노동자당 정권,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페론당 정권, 우루과이 좌파연합 광역전선,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카와 쿠바의 카스트로 등 중남미 좌파정권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향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느냐”며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자”고 제안 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체적인 플랜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 정책과 공약을 통해 각자의 선거 철학과 정치적 의지를 과감히 밝히고, 여러 가지 시급한 과제들의 핵심에 ‘국민, 사람, 인간’을 앞세운다는 점이 닮았다.
201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좌파전선의 연대후보로 출마한 장 뤽 멜랑숑은 ‘인간이 먼저다’라는 공약 구호로 4,500만 프랑스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며 올랑드와 사르코지를 위협했다. 멜랑숑은 사분오열된 좌파를 한데 모았고, 4년이 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주류 정치권에 파격적 공약으로 맞서며 유권자들을 끌어 모았다. 선거 운동 당시 비 오는 일요일 오후임에도 12만 명의 인파가 멜랑숑의 연설을 듣기 위해 바스티유 광장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이 책은 국민의 염원과 좌파의 진정한 비전을 묶어 프랑스에서 출간된 멜랑숑의 공약집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시대에 대한 진단과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명쾌한 대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석훈 교수의 해제를 통해 어려운 정책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을 비교하면서 인상적인 공약들을 해설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책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 35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최저임금 240만 원 보장, 공공분야 80만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건강 지출 비용의 100% 상환, 5년간 연 20만 임대주택 건설, 기업의 금융 소득 세금 부과 등 부를 분배하고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들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인간이 먼저인 사회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실현가능한 대안이 제출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치적 세력관계의 변화를 모색,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치 생태와 정치 지형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우리는 프랑스 좌파 정치세력이 내놓은 대안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올 것이다. 논쟁은 정치적 논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할 때 보다 실천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좌파 멜랑숑의 공약과 현재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