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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 아들과의 10년 걷기여행, 그 소통의 기록
박종관 지음 / 지와수 / 2012년 7월
평점 :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불볕더위에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인다. 지독한 더위에 에어컨이 동이 나도록 팔렸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채가 더운 여름을 식혀주었는데 지금은 비싼 전기가 더위를 식혀주는 시대다.
어딘가 여행이라도 가지 않으면 가족들 원성에 적잖이 시달릴 것 같고 길을 나서자니 걱정부터 앞섰다.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재충전의 시간도 갖고 가족 화합의 기회도 만들 수 있을까? 정말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몇권 가방에 넣어가지고 강원도 평창에 있는 어느 수양관으로 휴가를 떠났다. 얼마나 추운지 오랜만에 불을 넣은 방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그곳에서 읽은 책이 <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였다.
이 책은 자칭 마음이 따뜻한 사회복지사, 현재는 요양병원에서 사회복지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 박종관이 5살짜리 아들과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걸으면서 교감을 쌓는 과정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담고 있다. 꿈을 꾸는데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걷기여행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10년의 세월동안 때론 아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저자가 부럽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여행이라곤 해보지 못했다. 바빠서도 그랬지만 아이들과 힘들게 왜 여행을 해야 되느냐는 생각으로 여행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을 잘못 산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왜 저자는 아직 채 다리가 여물지도 않은 어린 아들과 이런 고된 여정을 떠날 생각을 했을까? 소중한 아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 배낭을 꾸려 걷기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이를 데리고 인내심 테스트라도 할 요량이냐며 나무라는 어른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 나도 많은 여행을 해봤지만 여행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모른다. 그야말로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던 코흘리개 아들은 어느 순간 아빠보다 먼저 앞장서서 오히려 아빠를 챙겨줄 정도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아빠가 가자니까 아무 생각 없이 억지로 따라나섰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왜 자기만 힘들게 걸어야 하느냐고 반항하기도 하는 등 갈등도 겪었다. 하지만 아이 혼자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아빠도 함께 성장했다. 소통에 서툴렀던 아빠는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어느새 아이와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빠와 아들이 걷기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작은 꼬마였던 아이가 성장하여 이제 아빠 키를 훌쩍 넘어서려고 한다. 이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 내 아이들과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자녀들과 여행을 할 계획을 가진 분들과 자녀와의 관계가 서툰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