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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꿀 권리가 있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 창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2012년, 한반도는 큰 변화 앞에 서 있다. 북한은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고, 남한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계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한반도에서 불안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김정은의 안정적인 승계를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신중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분단 상황 속에서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변화가 긍정적으로 전개 될 수도, 또는 부정적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분단민족인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잘못된 권력을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아르노 그륀은 1923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1936년 나치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그는 심리치료를 위한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집필을 하고 있다. 전쟁은 무엇보다 인간적인 문제라고 단언하는 그는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내면적 고통을 직시하기 어려운 심리적 억압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주장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인정과 공감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파괴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고 하면서 힘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결국 싸움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남과 공감하고 남과 함께 연대할 수 있을 때 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된다고 제안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공감과 관용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자라 무감각하고 공감할 줄 모르는 피폐한 인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런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받은 애정결핍이 사랑과 안정이었다고 자신을 속이는 몽상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나치는 아이 시절의 이런 심리적 과정을 교묘히 이용했다. 예비 나치스를 양성하는 ‘나폴라 학교’에서는 체계적으로 아이들의 잔인성을 키워갔다. 맨 처음 아이에게 개나 고양이를 한 마리씩 주어 얼마 동안 살갑게 돌보게 하다가 칼을 주고서는 그 애완동물을 죽이게 했다. 히틀러는 이렇게 무자비한 청소년을 길러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오늘날 아프리카와 남미의 많은 곳에서 소년병을 잔인하게 양성해내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채 왜곡된 성장기를 보낸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무시하고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고 하면서 “분노는 일반적으로 자기 욕구가 실현되지 못하고 저지당해서 생기는 감정이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이 방해받았을 때 생기는 공격적인 감정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해결과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면서 전쟁과 폭력의 뿌리를 바로 이해하는 가운데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통해 평화를 가꾸는 실마리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