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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인 - 우울을 행복으로 반전시켜라
유한익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우울증, 조울증, 자살은 우리 시대의 큰 질병이다. 아침에 신문을 펼쳐들기가 무섭게 잇달아 들려오는 연예인들과 청소년의 자살소식은 멀쩡한 사람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우울증 환자는 날이 가면 갈수록 증가 속도가 무섭다. 노인 우울증은 5년 새 1.7 배가 늘었다고 한다. 젊은 층에게는 조울증이 더 무섭다고 한다. 그리고 이 병의 원인은 물론 다양하지만, 대체로 사회적 관계의 단절, 즉 타인의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하는데서 초래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열 명 중 세 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우울증이 심할 수록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자살건수도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하루 평균(2010) 43명, 연간 1만477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압도적 1위인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이런 불명예는 우울증이 원인이다.
이 책은 정신과전문의인 저자 유한익이 우울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적 요인과 연결시켜 진단해보고,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를 정신과 의사 특유의 예리하고 섬세한 글로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누구도 우울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우울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DNA에 숨어 들어와 생애주기 속에 공존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위험 요인들이 많이 있다. 경쟁이 사회의 유일한 패러다임이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며, 성과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달려가는 숨 막히는 일상. 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우울증 보균자다. 우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군가와 비교되고,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는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누리고 즐기고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주체적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의 고통을 외면해야 하는 세상에서 경제적 고통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고, 무자비판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부당한 해고의 장본인이 되어도, 말도 안되는 판결의 희생자가 되어도, 길거리 폭력배에게 맞아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동정과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저자는 “우울에 붙들려 잃어버려도 되는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34가지 처방전이 지금 우울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 시련 앞에서 삶의 좌표를 잃고 오늘날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함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저자가 상담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처럼,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생동감 있게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이며,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며, 비교할 대상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우울함을 느낀다. 이 책은 때로는 날카롭게 진단하고 동시에 상담을 해주듯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책을 읽노라면 마치 곁에서 조곤조곤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한 사람의 좋은 친구를 만난 듯한 위안을 얻게 된다.